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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는 아사히 맥주
 

올해 우리학교는 연구학교를 했다.

그것도 우리과의 일이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정말 고생고생 1년을 버텼다.
어려운 것은 객관적으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아줌마가 학교에 많은 시간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리라.
교과실을 하나 얻는다는 휼륭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 어마거창한 일을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거기다 고등학교에서 하는 첫 담임에 대한 부담으로 연구학교 일은 두세배로 컸던 것 같다.

이렇게 돌이켜 12월 말이되니 자못 뿌듯하면서도 홀가분하게 회상을 하지만, 사실 오늘도 교과실에 새로 들어온 200여권 책 정리하느라 남들은 시험날 오후를 이리저리 유용하게 쓰겠구만 난 추운 교과실에서 정식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노가다를 했다.

연구학교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여러 선생님들 모셔놓고 세미나를 하느라 그때마다 집에 늦게 들어갔다.

공부하면서도 내내 아이들의 모습이 내 머리속에 아른 아른 했던 것 같다.

동아리 운영도 연구학교 프로그램인지라 토요일 오후에 생짜로 아이들 델꼬 부산 각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똑똑한 후배가 연구학교 주무로 사실 이 일들을 거의 주도하고 추진해 나갔지만 항상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못난 선배로 후배의 질책을 들으며 일년을 지내는 일이 그리 쉽고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그 부분이 가장 힘든 것은 아니었을까?

갑자기 목뒤가 뻣뻣하고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기간들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밤샘을 하면서 함께 해나갈 수업 준비나 평가 준비를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름 종종 거리는데 영 모지라는 평을 받을 때면 설움에  북받쳐 때론 남편에게, 때론 친한 동료 교사에게 눈물을 비친 적도 적잖았던 것 같다.

관리자들과 마찰은 오히려 적었고 1년 수업하고 연구학교 프로그램 운영하면서 아마도 내 역량에 많이 넘쳤던 탓이리라.

그래도 남는 것은 있다.

탐구교실을 얻었다.

역사 서적과 모둠 테이블, 검색용 학생컴퓨터, 게시물들, 각종 학습자료들

넘부럽지 않다.
하지만 난 내년에 다른 학교로 간다. 누군가 이 실을 잘 사용해 주길 바라고 그러리라 믿는다.

또 하나 남는 것은 학습지 만드는 감을 잡은 것 같다.

여전히 부담스럽고, 자신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업그레이드 된듯 하다.

오늘 밤에도 학습지 하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뿌듯한 것중 하나가 ucc를 만들어 봤다는 것이다.
연구학교 관련 회의나 발표를 여러 차례했다.
그때 마다 발표하는 후배를 위해 난 밤새 ucc를 만들었다.
어찌나 다운이 잘되는 프로그램인지, 성격 많이 죽였다.

 

연구학교 일은 거의 마무리 되고 난 내년에 간다.
내년에도 연구학교는 계속되지만 난 간다.

혼자 일을 하게 될 후배가 조금은 맘이 쓰이지만 그래도 난 간다.
갈 사람은 가야 한다. 이 말은 틀린적이 없는 말 같다.

 

어제 우리 학교 분회 참실 발표대회에서 선생님들에게 ucc만들기 연수를 한꼭지 했다.
내가 이 학교에 왔을때 전교조 분회가 거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그 다음해 부터 많이 활성화 된 것 같다.

독서토론회도 매월 가지고, 방학때마다 가족동반 모꼬지도 가고, 분회 모임도 흥겨웠고, 장학회도 만들고, 그때부터 참실대회도 시작했다.

작년에는 분회보도 4번이나 발간했다.

이 모든 일에 떠오르는 그때 그때 열심히 했던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다들 다른 학교로 많이 가셨다.

분회 참실은 내 담당이었다.
어제 사회를  보면서 세번째 참실이라는 말에 자못 스스로 뭉클했던 것같다.

발표를 위해 일년동안 우리반 아이들의 사진을 엮어서 그전날 밤샘해서 만든 ucc를 보여 드렸다.

내 애쓴 노력에 비해 발표는 썩 완성도가 높지 못했다.
스크린이 내 컴퓨터를 다 잡지 않고 동영상만 잡는 바람에 연수에 무척 애를 먹었던 것이다.

내일 시험 마지막날 토요일에 반아이들과 피자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때도 이 ucc를 상영할 것이다.

아마 울 반 아이들은 좋아라 할 것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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