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던 나의 삼십 대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김혜남 저자의 그림 에세이가 나왔다. 저자가 글을 쓰고 그림은 다른 사람이 그렸을 줄 알았는데 예상을 깨고 저자가 그림까지 그린 책이었다. 언제 그림을 배우셨나 싶었는데 그림을 배운 적도 없으며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중인데다, 그림은 스마트폰으로 그렸다고 한다. 내가 아는 파킨슨병은 팔다리가 심하게 떨리는 병인데... 사연을 알고 보니 그림 한컷한컷이 놀랍다.
저자는 현재 17년 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낯설게만 들리던 이 병에 걸렸다는 친구 부모님, 친척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치매와 마찬가지로 노화와 함께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병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 김혜남은 마흔 셋, 한창 일할 나이에 이 병에 걸렸단다.
치료법도 없고 다만 증상을 늦추는 약만 있다는 병, 팔다리 근육부터 몸의 근육들이 점점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게 되어 사회생활을 할 수도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게 되는 이 병에 걸렸다면 굳어가는 몸보다 먼저 마음이 망가지고 굳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몸이 마비되지 않은 시간에 충분히 즐기며 살고 있다고 한다. 커피도 내리고,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말이다. 일이 조금만 안풀려도 일희일비하며 주변 상황을 원망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김혜남 저자는 주변 모든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 같기도 하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을 저자는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촉각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담긴 1부는 유쾌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다. 2부는 어느덧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았고, 병을 앓으며 더 깊어진 인생에 대한 성찰이 느껴져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에 새기게 되고, 3부는 정신분석가답게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감정을 풀어주어 있는데 내 마음 속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때론 삶이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일 때도 있습니다.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 수만은 없습니다.
그건 그 어둠과 고통 위에 머무는 것이니까요.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는 것, 그것이 답입니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어딘가 다른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슬픔은 우리를 깊은 바다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가
그 안의 많은 보물을 보게 해주고,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기쁨들에 눈뜨게 해 줍니다.
슬픔을 이기는 길은 자기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상실하고 슬퍼하는 자신을요.
그것은 아프고 두려운 일임이 틀림없으나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자신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시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