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헉, 이거 내 얘기 아님?’ 싶었던 에세이 《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급격히 줄어드는 체력에 당황하고, 자꾸 꼰대 취급 받으며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기분이 들어 서글퍼지기도 하는 40대의, 40대에 의한, 40대를 위한 책이다.
40세를 칭하는 ‘불혹’이라는 말을 ‘안정’이라는 말로 착각하고 엄청난 기대를 걸고 살았던 나는 마흔이 넘으면 뭔가 삶이 불안함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지금 나는 안정의 대각선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역대급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고 있다.
내가 열렬히 맹신하는 ‘인생 총량의 법칙’에 의거, 아마도 지금 나는 ‘방황’ 혹은 ‘지랄’ 분야의 총량을 채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린 아이일 때부터 철들었다는 말을 들어왔고, 사춘기도 언제 지나갔냐 싶게 조용히 넘겼으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떤 틀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었던 터니, 뭐 올 게 왔다 싶은 마음과 더불어 더 나이 들어오지 않은 게 어딘가 하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긴 하다.
난데 없는 디스크 질환으로 몸도,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모르겠어서 마음도 엎어져 있는 지금의 내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위의 40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혼이든 미혼이든,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와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20~30대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군분투하면서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내려놓고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며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공통점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각자 사는 모습은 달라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묘하게 통하고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 ‘얘랑 이렇게 얘기가 잘 통하다니’ 싶은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때면 나이가 주는 선물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인 40대를 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일, 관계, 일상에서 삐걱거리면서 조금씩 자기 나름대로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라디오 진행자이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라는 저자의 이력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위트 있는 문체로 풀어내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며 읽다가 순간순간 피식~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순간이 많았다. 주말의 여유를 누리겠다며 침대에 기대에 앉아 읽었는데 굿 초이스였다. 덕분에 주말의 시작을 조금 유쾌하고도 안도감을 느끼며 (다 이렇게 사는 구나 싶은) 시작할 수 있었다.
마흔이 되던 해에 독서토론을 처음 했던 날 그런 얘기를 했었다. “저는 10대보다 20대의 제 삶이 더 좋았고, 20대보다 30대 때의 제 삶이 더 좋았어요. 제가 올해 마흔이 되는데요. 저의 목표는 십년 후에 ‘되돌아보니 30대보다 40대 때의 제 삶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 독서토론을 하고 난 후 제 느낌은 왠지 독서모임이 저의 40대를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 같아요.”
뜬금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때 내가 했던 이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 더 나은 40대의 삶이란 더 승승장구하고 화려하고 그런 게 아니라, 뭔가를 더 많이 경험하고 하는 그럼 삶이 아니라 삐거덕거리면서 나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그런 삶이 아닐지.
이런 생각으로 이끌며 오늘치의 위안을 나에게 준 책. 흔들흔들하며 40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지들에게 권한다.
* 라이프앤페이지의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하면 자기를 믿을 수 있게 될까 생각해보면, 무엇을 선택하든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자기에게 증명해가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나아가는 중에 내가 틀릴 것은 확실하겠지. 지금도 아주 잘못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나는 틀려도 괜찮다. 거기서부터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나온다고 자신을 설득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까지 무사히 살아왔으니 당신은 괜찮은 것이다.- P2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