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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님의 서재
  • 편집자의 일
  • 고미영 외
  • 11,700원 (10%650)
  • 2020-03-23
  • : 227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위가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다…….” 출판업계에서 매년 반복되는 말이다 보니 이제는 무감각해져서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건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위기감이 든다고나 할까. 출판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하나로 인식되고, 앞서 가는 게 아니라 어디선가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책이라는 물성으로 정리해내는, 후발주자 같은 느낌이 강해지는 것도.

저자가 유튜브나 SNS에서 독자적으로 팬층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팔기 어렵다는 말을 마케터가 반복할 때면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건가 자꾸 혼란스러워진다.

요즘 같은 시대, 다른 편집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그런 내 궁금증에 의견을 들려줄 것 같은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현재 편집일을 하고 있는 편집자 혹은 1인출판사 대표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인터뷰이는 6명이다. 이봄 대표, 돌베개 편집주간, 워크룸프레스 대표, 1984Books 편집장, 목수책방 대표, 그리고 부록으로 이 책을 출간한 북노마드 대표의 칼럼 스타일의 글 두편이 더해졌다. 6명의 인터뷰이는 거의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한다.

현재 일하는 그곳에서 책을 만들기 전에 어떤 일을 했으며 편집자가 된 동기가 있었는지, 편집자로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편집자로서의 자신만의 편집원칙과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저자를 섭외하는 노하우는 무엇인지, 자신이 만든 책 중 가장 아끼는 책은 무엇인지, 다른 출판사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 SNS가 필수인 요즘 SNS를 통해 어떻게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지, 취향과 매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데 각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의 결’과 인터뷰이이가 된 편집자들의 답변이 톤을 같이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인 출판을 하는 곳들은 특히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었고, 대중 지향적인 출판사는 트렌드와 독자들의 관심이 어디에 향해 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취향과 관심이 반영된 책이든 트렌드에 부합하는 책이든 독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를 살피는 것은 누구나 똑같은 것 같았다. 

 

“편집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한마디로 ‘독자’예요. 편집자는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사람이니가요. 자기 의견을 낼 때는 그 방향이 ‘독자’에게 잘 다가갈 수 있어야 해요. 단지 나만의 개인 의견을 내서는 안 됩니다. 독자의 관심사를 늘 알아야 해요.” (고미영_이봄 대표)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목격한 출판 현장의 가장 ‘커다란’ 변화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되지 못한다’라는 류의 금언이 사라졌다는 것, 즉 마침내 ‘독서는 취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수한_돌베개 편집주간)

 

“편집자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해요. 완벽한 편집은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맡은 책에 최선을 다하는, 혹은 적어도 책이 나왔을 때 후회 없도록 편집을 해야죠. 이건 편집자로서 자부심 비슷한 걸 가지고 계속 일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에요. 그게 아니면 책 만드는 일이란 매우 허망할 수 있거든요. 세상에 꼭 나와야 할 책이란 얼마 안 되니까요” (박활성_워크룸프레스 공동대표)

 

“‘이 책은 많이 팔리겠다’ 같은 예감은 해본 적이 없어요. 반대로 이 책은 많이 팔리지 않아도 최대한 손해는 보지 않게 만들겠다는 각오만 있습니다. 출간 리스트를 정할 때 저의 취향에 의지합니다. 비록 제 취향이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지 않아도 책을 꾸전히 소개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시선을 저에게도 돌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신승엽_1984Books 편집장)

 

“편집 업무는 ‘어떤 책을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조차 흥미를 못 느끼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면, 당연히 그 책을 읽어줄 독자는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가장 오래 고민하는 부분은 이 책이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인가, 생태 주제의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의 취향보다 이 책이 과연 세상에 필요한가, 어떤 사람이 읽어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곱씹게 됩니다.” (전은정_목수책방 대표)

 

책장을 덮을 때 쯤 마지막 부분에 나온 북노마드 대표의 말이 마음에 계속 맴돈다. 아무리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획하고 편집을 해도 결국 독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이 퇴색되는 느낌에 마음이 괴로워지곤 한다. 나무에게 미안한 짓을 한 건 아닐까, 내가 기획을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래서 자꾸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살펴보고 요즘 독자들이 관심 가질만한 컨셉의 기획을 하다보면 그건 또 만들면서도 만족감이 떨어진다. 이 둘 사이의 간극에서 널을 뛰는 마음에 뭔가 조언을 받는 그런 느낌이랄까. 편집자들의 일과 그들의 마음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읽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책이다.

 

“그래서 나는 출판 수업의 시작과 끝을 ‘자기편집’에 둔다. 다른 사람, 다른 것에 지배받지 않는 삶,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목적의식으로 책을 만들어 파는 것, 편집의 기본은 나의 일상의 경험칙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그 경험칙에 반복되는 패턴, 그것이 편집자의 문화 감각이자 편집력의 기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동희_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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