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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wls님의 서재
p.52-53
주인집 딸을 물어뜯기 전까진 영리하다고 동네에 소문 났던 녀석이었지.
...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고, 아버지는 달리기 시작해
... 번쩍이는 녀석의 눈과 마주칠 때마다 난 더욱 눈을 부릅떠.
...녀석의 덜렁거리는 네 다리, 눈꺼풀이 열린, 핏물이 고인 눈을 나는 보고 있어.
...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고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p.61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p.93
그제야 그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수도승처럼 담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p.104
모든 욕망이 배제된 육체, 그것이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모순, 그 모순에서 배어 나오는 기이한 덧없음,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p.140
가장 추악하며,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의 끔찍한 결합이었다...

p.191
......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p.197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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