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들지 않은 어른이들의 사랑방
미운오리비상 2023/04/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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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기타
- 김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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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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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철 들지 않은 어른이들의 사랑방
요즘 나는 나는 내 나이를 떠올릴 때마다 흠칫 놀란다. 사실 그런 지는 오래됐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를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재수를 하고, 무휴학 반수를 해서 성공하는 바람에 졸업한 대학을 2년 늦게 진학했고, 대부분의 동기들이 나보다 두 살 어리기 때문에. 게다가 그 동기들이 말도 안 되게 멋지고 어른스러울 때는 그들이 언니 같기 때문에, 나는 가끔 내 나이를 자각할 때면 소름이 돋곤 했다. 그런데 그땐 그래도 어렸다. 10년 뒤쯤에는 지금 이 순간을 그렇게 기억하게 되려나? 암튼 지금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이전까지의 삶들이 그냥 좀 어떻게도 되겠지 싶은 삶이었다면 요즘은 이래서 어떡하지? 뭐가 되긴 되려나? 이번 생 괜찮으세요?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되었다. 동년배들이 벌써 자리도 잡고 억대 연봉도 찍고 더러는 투자도 성공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는 동안에 나는 뭘 했지? 어째서 하나도 한 게 없지? 싶은 그런 마음이 들어 헛헛할 때가 많았다. 분명히 놀지는 않았다. 친구들은 교사가 그렇게 바쁘고 힘들이는 직업인 줄을 너를 보고 알았다고 했었다. 제법 진심으로, 마음이 뛰는 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 여기 맞아? 왜 나 이 나이 먹었어?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실 작가 소개를 보면서 순간 어? 작가님 결혼은 하셨네요...라고 생각했다. 암튼 내가 못한 거 하나는 하셨으니까.
왜 나는 남들보다 뒤늦게 철이 들고 뒤늦게 깨닫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 있었다. 아니 꽤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절반은 정말로 그때 못했고, 절반은 알면서 외면했다. 내가 맞다고 믿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몰랐던 것은 알면 좋았겠지만 알았던 것은 돌이켜질 것 같지 않다. 그것이 이번 생의 나겠지.
작가님은 일면 철들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혹은 뒤늦게 아,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였어? 근데 나는 이렇게 살 수 없었을 거 같은데? 싶었던 인생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소소하게 어루만지는 삶을 소중한 기타를 꺼내 한 줄씩 튕겨보는 마음으로 적어내려가신 것 같은데 나는 그 기타줄이 된 거 같은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어쩌면 철들지 못하고 나이 먹은 사람이 꺼내놓은 소중한 과정의 이야기에 나는 과몰입한 것 같다. 어쩌면 작가님이 나보다 조금 더 오빠니까 조금 더 철든 동안에 나는 아직 그 과정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특히 작가님이 레슨 선생님으로서 성장하신 것, 그리고 자신의 진로를 어루만지시던 것, 그리고 씨앗이었던 시기를 돌아보던 것들은 하나하나 나의 거울이 되어서 새삼스럽게 눈물을 닦으며 읽기도 했다. 작가님의 마음에 공감해서, 혹은 그 장면 속에 나를 이입해서.
사람은 생각보다 잘 흔들리는 존재이고, 그것이 과정인지 흔들림인지는 나중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요즘 작가님이 쓴 구절 중 "어느 순간 나는 책임감 있는 선생도 아니고 자유로운 영혼의 뮤지션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쯤에 자리한 사람이 되어있었다."와 같은 고민을 새삼스럽게 하고 있었다. 육신이 낡고 정신이 지친 탓도 있을 것이고 닳아지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비루한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어째서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을까를 고민할 때, 나는 조금 앞서가는 철 없는 선배를 만났다. 철이 안 들면 어떤가, 그날의 기타를 치면 되지 하고 말할 거 같은. 그래 나도 그러면 그날의 선생으로 열심히 살아볼까 싶게 하는.
새삼스럽게 나이 먹은 스스로가 놀랍고, 철은 언제 들지 걱정되는 초조하고 불안한 낡은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함께 울고 함꼐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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