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말하기 입문서
미운오리비상 2023/04/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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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기본에 충실한 말하기 입문서
고등학교에서 11년째 국어를 가르치면서, 간만에 1학년 수업을 맡게 됐다. 의욕이 막 넘치고 아직 꺾이지 않은 1학년 아이들을 보면 귀엽고, 뭐든 도와주고 싶으면서도 한편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 아이들도 시험을 거듭 보다보면 꺾여가겠지 하는 마음에서. 아이들이 의욕적인 만큼, 노력하는 만큼 성적이 나와주면 좋겠는데 여러가지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차이가 꽤 날 테니까. 그래서 OT시간에는 늘 '도구론'을 설파하곤 한다. 시험이라는 각자 자기가 가진 도구로 땅을 딱 한 번씩만 파는 거라고. 그런데 그 도구는 국자일 수도, 삽일 수도, 숟가락일 수도, 아이스크림 스푼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성적이 잘 안 나오면 다름이 아니라 그 도구를 바꾸어야 한다고. 국어는 사실 교과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그 도구로서의 가치가 더 큰 과목이라서 이걸 제대로 잘 하게 되면 다른 과목 성적도 당연하게 같이 오를 거라고. 한 번 믿어보라고. 지금 앉아있는 친구들끼리는 당연하게 도구 차이가 날 텐데 그건 여태까지 타고난 언어 능력, 처해진 언어 환경, 읽은 책, 사용한 언어 등의 합산이니 지금부터라도 자기 손의 도구를 파악하고 바꾸어나갈 수 있는 만큼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이 말이 얼마나 먹혔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말조차 이해하는 정도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말을 모두에게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공부 방법을 보면 누군가는 탁월하고 누군가는 걱정이 되니까.
그러고 보면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누군가가 해주면 어떨까. 그리고 말만 던지는 게 아니라 직접 언어 환경을 조성해주고 도와줄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아이를 가장 많이 만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실 때가 있다. 고등학생에게도 시간은 아직 있지만 이런 생각을 좀 더 일찍 접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세계와 언어는 더 넓어질 것이고 가능성은 자존감으로도 연결될 테니까!
그래 다 좋은 줄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겠냐고 나한테 묻는다면 여태는 참 어려웠는데 이제는 이 책을 추천해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가벼우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입문서다. 부모나 선생님 같은 양육자로서의 자신을 점검하고, 접하는 아이를 점검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스피치를 하시는 분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책이 마치 옆에서 말해주듯이 친절하게 쓰여서 술술 읽히기도 하고, 저자가 추천하는 말하기 방식인 오레오(Opinion-Reason-Example-Opinion) 스타일의 글이라서인지 사례로 쓰인 문장들이 글을 더 이해하기 쉽고, 상황에 적용하기 쉽게 해준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나는 바로 오늘 아이들과 한 대화의 장면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는 이런 상황에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말을 잘하고 번지르르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스피치가 아니라 생각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언어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자신과 타인을 기를 수 있는 과정을 간명하고 쉽게 접하고 자신의 삶에 바로바로 반영해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학부모를 타겟으로 쓴 책이지만, 기초 문해력 부족의 시대를 맞아 학교 현장에 있는 샘들이라면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경우에도 왕왕 유용하게 읽힐 책 같다. 또한 언어는 사고의 지평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가끔은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언어가 부족하다고 느껴 말을 고르게 되는 언어 사용자인 나, 숱한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인 나에게도 스스로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하고 스스로 더 좋은 화자가 되려면, 혹은 아이들에게 더 유용한 언어 감각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언어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자신의 지평을 당당히 넓혀가는 아이를 길러내고 싶은 많은 양육자 및 교육자들과 자신의 언어 습관을 지금이라도 유용한 방향으로 교정해보고 싶은데 어려운 책은 부담되는 스스로를 키우는 어른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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