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터뷰집
미운오리비상 2023/02/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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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은 조금만
- 이충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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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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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실존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터뷰집
최근에 지리한 나의 삶의 문체를 벗어나보고자 타인의 삶들을 상상해본 일이 있다. 반짝거리고 번쩍거리는 타인의 삶들을 기웃거리면서, 아마 처음 시작은 비슷했을 텐데, 아닌가? 태생부터 다른가? 하는 생각을 오가며 화려한 공작새 꼬리처럼, 부채의 선면과 같이 펼쳐져있는 타인의 삶을 기웃거렸다. 그런데 늘 그렇듯, 타인의 삶은 표면과 결과로만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와있는 그들의 겉면을 마주하는 일은 꽤나 버거운 일이었다. 엄두도 나지 않는 일. 아주 평범해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삶들조차 저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꽤 많은 시련들을 어쩌다보니 이겨내왔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아까운 빛나는 현재들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승리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반짝거리는 현재.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삶은, 그 변수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감히 흉내내지 못하는 지문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보기에 나의 삶도 그럴까?
인생과 드라마, 소설의 공통점이라면 그럴싸하면서도 말도 안된다는 점이다. 드라마나 소설보다는 그래도 인생이 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삶은 그렇게 말이 되는 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인생은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더 말도 안 되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뤄낸 개연성이 한 사람의 고유한 인생을 만들고, 그의 문체를 만들어낸다. 그것의 현재값이 현재 당신이 보는 그들, 그리고 당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누구의 삶이나 말도 안되는 거라면, 그 값이 더 빛나고 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탐색했다 그렇게 되는 길에 대해서. 그리고 알았다. 내가 그럴 수 있음과 그러고 싶음을 확실히 구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뚜렷하고 확실하게 그리는 모습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는 옆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 알을 깨고 나갈 생각이 없었고 그런 성향이 이런 나의 문체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그것이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이 지리멸렬한 이유라는 사실을. 그러나 대기권을 뚫고나가는 압력을 견딜 힘이 지금은 좀 바닥나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어쩌면 여전히 나는 호시탐탐 내 문체를 바꿔나갈 채비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런 찰나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셀럽이라고 할 수 있는 11명의 인터뷰집인 이 책에는 육성으로 와!하고 소리를 지를 만큼 반가운 사람도 있고 혹은 인터뷰를 견디며 읽어야 할 사람도 있었다. 최근에 이슬아 인터뷰집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라 인터뷰집이라는 장르가 흥미롭기도 했고, 인터뷰나 통계처럼 시행자의 시선과 방법론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기에 저자의 스타일도 궁금해 설레며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은 소설 11편을 읽은 기분이라 꽤나 흥미롭고 알찼다. 독자와 인터뷰이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도 억지스럽게 질문을 이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가 쓰는 연작 소설 속에 초대된 인기 소설 주인공들을 인터뷰한 느낌이라서 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었달까. 인터뷰어가 일방적으로 인터뷰이를 캐내는 방식이 아니라 두 개의 소설이 섞여들어가면서 나오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작가의 문체로 정리한 느낌이라서 대상이 엄청난 사람임에 불구하고 부담없이, 그의 삶의 도드라지지 않은 모습들까지도 차분한 소설의 문체로 읽어낼 수 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문체가 만들어진 재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진짜 재밌는 소설을 보고 나면 왜 그 주인공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생기지 않나? 그걸 진짜로 해낸 단편집을 본 느낌. 역시 잡지사 편집장님의 글 답게 꽤나 흥미로운 미용실 잡지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마냥 가볍지만도 않은 것은 이 책의 찐 매력이다.
특히 강백호, 강유미, 강경화, 차준환의 베스트셀러 문체가 만들어진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나에게는 이 책을 두 번 읽고도 남을 이유였다. 나처럼 타인의 삶을 상상해보고 있는 탈피 중인 사람들에게, 좋안하는 사람들의 문체가 만들어진 과정을 부담없이 따라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혹은 열 한 편의 실존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터뷰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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