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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미
- 오드리 로드
- 16,200원 (10%↓900)
- 2023-01-25
- : 1,208
#디플롯 #자미 #오드리로드 #여성 #사랑 #소수자 #서평단
한 줄 평 : 들꽃처럼 흔한 얼굴과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결국은 아름답게 존재해나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서사.
그간 내가 접했던 디플롯의 책들이 자연으로부터, 수학으로부터 발견해낸 사랑의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인간 버전의,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의 서사가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책은 디플롯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디플롯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서사'가 깊고 넓어지는 과정에 함꼐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더 그 시리즈 아닌 시리즈들을, 그 역사를 함께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덮으면서 더 마음의 여운처럼 남았다.
오드리로드의 삶은 온갖 소수자의 교집합 안에 있다. 사실 하나만 걸려있어도 스스로 움추러들거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핍박받기 쉬운 것들, 사실은 그 존재로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굴레 안에서 스스로를 숨기거나 구겨 넣게 하거나 사실은 괜찮은 것을 안 괜찮게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려야만 하게끔 만드는 그런 것. 그녀는 그 모든 핍박과 압박 속에서 비뚤어지거나 타락하거나 자신을 숨기거나 구겨넣지 않고, #권김현영 선생님의 추천사처럼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서 우리를 다시 짓는 방법'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는 삶의 표본 그 자체를 보여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정말로 자세하고 내밀하고 풍성하게, 자신의 삶을 통해서 한 장 한 장 쌓아올린 삶들의 순간들은 순간순간이 소중한 문장들이라 함부로 추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 크게 된 사람들, 결국은 자신의 삶을 우뚝 세운 사람들의 단면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그 단면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를 만들어낸 순간들이 마치 파이의 겹겹처럼 쌓여서 바삭하고 맛있는 파이 한 개를 만들어냈듯이 이 책도 그러했다. 그러니 읽어보시라고 말할 수밖에.
오드리로드의 서사를 보면서 문득 #레슨인케미스트리 가 생각났다. 확실히 지금보다도 더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았을 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앞으로 앞으로 진보해나가는 지금도 소수자의 이야기들은 그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투쟁으로 투쟁으로 쟁취해가야할 영역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런 움직임들이 막 태동하던 시기인 1940년대를 살아가던 그녀의 삶이 막막함 앞에서 좌절되지 않고, 투쟁만으로 점철되어 지쳐쓰러지지도 않으며 마치 그 자리에서 비바람을 이기며 짓밟혀도 다시 피어나는 숱한 들꽃마냥 함께 핍박 받는 '자매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수자라는 이유로 고립되기보다는 다양한 자매들에게 내밀 수 있는 손이 많은 천수보살과 같이 더욱 풍성하게 손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더 풍성한 사랑으로 함께 버티고 견뎌내는 사랑으로 함께 살아내기를 택한 그녀의 삶이 아주 평범하게 쌓아올려져왔다는 사실을 그녀가 겪어왔던 고통의 서사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놀라울만큼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 마음 속에 웅장하게 다가왔다. 어쨌든 사랑은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이것은 소수자 여성의 생존기이지만 처절하지가 않다. 인간극장이나 다큐삼일 같은 따뜻함이 살아있는, 그러나 스케일이 비교할 수 없이 큰 사랑의 서사로 우리 안의 많은 소수자성들을 관계의 매개로 삼아 연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게 하는 이야기다. 생존과 연대가 버거운 사람들,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소수자성에 스스로를 가두고 작아져온 많은 사람들에게, 이 따뜻한 존재의 서사를 함께 읽어보자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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