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지는 (사물들)딱 한 장만 잡히지 않고 자꾸 손가락에서 겉도는빵집 쟁반용 유산지,
책방 서가에서 꺼냈다가 다시 꽂으려는데 틈이너무 좁아 도무지 끼워지지 않는 책,
분명 잘 씻어둔 것 같은데 맑은 생수를 담아입에 갖다 대니 어항 냄새가 나는 물컵,
손톱을 자른 다음 날 쓸 일이 꼭 생기는 마스킹 테이프,
나와 함께 외출하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남겨진 지갑,
오랜만에 청소하다가 발견한 똑같은 책 두 권,
사방 중에서 한쪽 매듭이 풀려 솜이 한데뭉쳐버린 이불,
외출 후에 마주한 아침 식사 설거지,
작업실에 두고 온 노트북 충전기,
텀블러를 놓고 나와 쓰게 된 테이크아웃일회용 컵과 슬리브와 빨대,
냉장고 안에서 썩은 한때 싱싱했던 채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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