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어느 날 뉴스를 보며 경악했던 사건.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고, 안타까웠으면 소름끼치게 무섭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한 꽃다운 나이의 여대생. 얼마나 그 순간 무서웠을까.
지인들과 술자리에 왔다가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그뒤로 눈을 뜨지 못했다.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어긋난 인식이 결국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졌고 지금껏 만연한 혐오의 실체가 수면위로 드러난 계기가 되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위해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보이지 않은 싸움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고사리박사님의 만화 <극락왕생>
작가님은 그때 바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절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작가레터' 읽고 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ㅠ
주인공 박자언은 스물여섯에 죽은 당산역 귀신으로 탑승객들에게 한번씩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를 부르게 한다. 인간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장난을 치는 귀신이 아닌, 그저 노래 부르는 귀신인 것. 하지만 지옥의 호법신 도명은 그를 지옥에 끌고 가기 위해 무작정 인간도로 향한다. 도명에게 귀신이란 존재는 극락에 이르기까지의 윤회의 고통을 거부한 죄인일 뿐.악귀가 아닌 귀신을 끌고 가려는 도명을 인간도의 귀신을 보살피는 관음보살에게 들키고 만다. 관음보살은 당산역 귀신 자언에게 고3으로 돌아가 인간 삶을 다시 살라고 한다. 그리고 그를 옆에서 도우라고 도명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죽었다 살아난 박자언이 1년 간 귀신을 도우며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한 해를 반추하는 이야기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좋은 작품을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 모쪼록 많은 독자에게 가닿길...!
『극락왕생』은 2018년 말 오픈 플랫폼 '딜리헙'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입니다. 독립 만화 시장에서 입신출세를 이루고자, 또 기가 막힌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결심했을 때야 차분한 판단과 전력이 개입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뭘 하고 싶어서 눈이 돌아 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화가 많이 나 있었고 온 세상이 여자들의 소리 없는 슬픔과 우레 같은 고함으로 엎어졌다 쓸려나가길 반복한 한 해 였습니다. 이야기를 한창 구상하던 시절 혜화역에 모인 여자들의 눈동자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눈동자들은 어떤 책보다도 영화보다도 그 어떤 운명적 만남보다도 저의 세상을 통째로 뒤집어놓았습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연단 위에서 삭발하며 우짖는 자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자른 머리카락은 돌아오지만 먼저 떠나간 자매는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를 잃어버렸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미래를 상상할 힘이 손아귀에 넘쳐흐르는 건 놀랍도록 극적이고 강렬한 경험입니다. 새롭게 숨쉬는 가능성과 요동치는 창조의 에너지가 천둥 같은 분노로 머리를 내려치는 듯했습니다. 만일 역사가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였다면. 이 세상의 슬픔과 기쁨을 만든 게 여신이었다면… 그리하여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면 『극락왕생』은 그날의 천둥 같은 상상에서 시작합니다. [출처] [작가레터] 치유와 소통과 사랑으로 <극락왕생> 독자님들께 쓰는 편지 _고사리박사
*고사리박사 (작가) 인터뷰 보기 http://naver.me/FSKTohX7
우리의 만남이 한낱 고약한 변덕이었노라 하지만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바꿀 만큼 분주하게 사랑한 걸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