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오라시오 키로가.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사랑한 작가라는 소개에 일단 매력 100점. 낯선 나라, 생소한 작가를 떠나 제목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18편의 짧은 단편이 실렸기에 분위기를 느끼려면 눈이 가는 단편부터 읽어도 좋다.
나는 대표작인 「목 잘린 닭」과 「깃털 베개」「엘 솔리타리오」부터 읽어봤다. '광기'와 '죽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굉장히 기괴하고 공포스러우며 찝찝한 뒷맛이 남는 작품들이었다.
「목 잘린 닭」은 출판사가 제공한 카드뉴스에도 소개되었듯 끔찍하게 여기는 백치 아들 넷과 정상적으로 자란 귀하디 귀한 딸의 처참하고도 끔찍한 결말을 이야기 한다.
오라시오 키로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묘하고, 공포스러우며 죽음의 끝자락에 아슬아슬 닿아있다. 궁금증에 작가의 생애를 찾아봤더니... 비극 소설 같은 삶을 살다 떠나신 분...!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가 총기 오발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계부 또한 작가가 보는 앞에서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부인의 자살, 가족의 사고사 등. 작가 주변의 떠도는 '죽음' 이란 그림자가 결국 작가까지 삼켜버리고 만다. 그런 배경을 읽고 나니 이 작품이 더 이해되는 것 같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집콕 생활이 무료해갈 요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시간 순삭인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를 추천해 본다.
누구든 묘하게 끌리는 것이 있다면, 그건 다른 이를 무참하게 짓밟으면서 느끼는 잔인한 쾌감이리라. _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