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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움가트너
  • 폴 오스터
  • 16,020원 (10%890)
  • 2025-04-30
  • : 23,552
(서평단/도서협찬)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우리가 가진 것은 좋은 거지만 이제는 이 정도 좋은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요. 어쨌든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아요.”

 

바움가트너가 주디스에게 청혼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이다. 주디스는 승낙하지 않았고 둘의 연애는 오래가지 않아 끝났지만 참으로 낭만적인 말이다.

 

솔직히 처음에 나는 그가 굳이 결혼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두세번 만나는 연애로는 만족할 수 없다니. 아직도 죽은 아내의 기억을 끌어안고 사는 일흔살의 바움가트너가 왜 청혼을 해야 했는지.

 

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산다. 미래는 ... 가진 시간이 별로 없는 그에게 미래는 기대할 것이 못된다. 그게 이유였을 것이다. 충분치 않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누리고 싶은 것.

 

청혼이 그의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 장면에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생에 대한 의지가 나타났다는 점에선 기쁜 일이지만 그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청혼이 거절당했다는 점은 슬픈 일이라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건 결말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움가트너는 죽었을지 살았을지 분명치 않지만 일단 난 죽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었는데 그렇다면 그가 베브를 맞이하기 위해 쏟은 온갖 수고와 차사고의 위험을 걱정하며 베브에게 그토록 잔소리를 해댔던 수고 역시 헛수고가 되는 것일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우연 투성이라는 점. 그 우연은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는 점. 어짜피 통제되지 않는 제멋대로이고 수수께끼인 인생을 그려내려 했던 걸까.

난 폴 오스터의 소설은 처음이지만 이런 아리송함이 이 작가의 매력일 수 있겠다 짐작해 본다. 또 말이 참 많은데 신기하게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것도 매력 중 하나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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