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서 제주 4.3사건을 공부할 때
나는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생각했다.
무고한 제주도민을 밭에 몰아넣고 공권력을 이용하여 이들을 총살했고
그 피를 먹고 자란 고구마들이 유독 씨알이 굵었다는
국어 선생님의 설명이 기억에 남았다.
그 사건을 접하지 않아도
제주 4.3 사건의 잔혹함에 소름과 잔인함이 느껴졌다.
국가도 같고 인종도 같은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들을 희생을 시킨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역사 수업에서 그 내용을 덧붙일 수 있게 되었다.
냉전의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기 위한 소수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남한에 잔존하는 남로당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명분으로
무고한 제주도민을 몰살한 사건이다.
50여 년이 흐르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다.
당시에는 그 사건이 "순이삼촌"의 배경이 되는 그 사건 '제주 4.3 사건' 임을 알고
엄청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국가가 국민에 사과를 하는게 당시에는 굉장히 드문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공권력 기반 행위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때
정부의 책임감은 여전하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주4.3사건을 다시 접해봤다.
국어. 문학수업에서 문학에 대하여 기억나는 내용 중 하나는
'문학은 사실을 기반으로 개연성을 가지고 만들기에 그 묘미가 있다.' 는 것이다.
"순이삼촌"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 예에 적합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필요한 내용만 글로 찾아보기를 반복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여유를 갖고 찾아본 작품은 "작별하지 않는다"가 오랜만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를 이야기 해보자면,
경하가 우울감으로 지내오다가
꿈 속에 보인 장면을 인선에게 이야기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어느 날 경하가 인선을 문병하면서 인선의 집인 제주를 가게 되는데,
그 길로 가면서 그렇게 접하게 되는 내용이
제주 4.3사건이다.
서북청년단, 이승만 등 당시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고
제주 4.3사건이 일어난 이후 당사자와 그 이후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건은 그 당시에만 국한된 것인지.
세대를 거치고 그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그것이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 답에 '정답'은 없겠지만,
다양하게 기억하고 접근할 수 있고,
현재에도 앞으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때 필요한 방법일 거 같다.
현재에는 없는 그들은 우리를 살릴 수 있지만
우리가 그들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야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역사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대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삼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P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