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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의 서재
  • 율리시스 1
  • 제임스 조이스
  • 22,500원 (10%1,250)
  • 2023-12-08
  • : 3,963
1장에 나오는 인물은 아일랜드인 스티븐 데덜러스와 벅 멀리건, 잉글랜드인 헤인스인데 이들은 마틴타워에 살고 있다. 1장은 세사람의 대화가 주를 이루며 스티븐의 내면이 기술된다.
각 인물에 대한 묘사가 따로 없어서 대화 중의 정보로 짐작해야 한다. 스티븐은 교사이자 시인이며, 벅은 의대생이고, 헤인스는 학생으로 보인다. 1장은 세 사람이 아침에 면도와 식사를 하고 더블린만에 수영을 하러 가기까지 이야기다. 스티븐은 건물 월세를 내고 있고 둘은 그냥 같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스티븐은 어머니가 최근에 죽었는데 어머니가 죽기전 기도를 부탁했지만 거부해서 죄책감이 남아 있는 상태다. 벅은 스티븐을 예수회 애송이, 어머니를 죽인 아들이라 놀리며 돈을 빌리거나 요구하고 집 열쇠도 요구한다. 스티븐은 이런 벅에게 돈도 빌려주고 열쇠도 내어 주지만 벅에게 모욕받았다고 말하고 벅을 찬탈자로 여긴다. 스티븐의 어머니의 죽음은 그의 두 가지 문제를 상징한다. 영국에 식민지배를 받고 있으며 종교적으로 카톨릭인 아일랜드의 문제다. 이 둘다 그가 아일랜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탓에 짊어진 문제다. 그는 이 문제를 시원하게 던져버릴 수도 없다. 던져 버릴려니 죄책감이 따르고, 지고가려니 역사는 무겁고 종교는 진부하고 어리석다. 더구나 관심이 있는 아일랜드 문학은 깨지 거울 같다. 이런 고민은 초라하게 만드는 문제도 있다. 자신에게 친절한 척하며 종처럼 부리려는 벅의 문제다. 자기를 모욕했다고 한 번 쏘아 붙이기는 했지만 돈도 주고 열쇠도 내어 주었 분노를 곱씹고 있을 뿐이다.

오디세이아의 1장은 신들이 회의 끝에 10년을 넘게 떠돌고 있는 오디세우스를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오디세우스의 집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청혼하려는 남자들이 진을 치고 앉아 오디세우스의 가산을 탕진하며 음식을 먹고 있다. 아테네 신은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로 변하여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아버지가 살아 있고 그를 찾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텔레마코스는 청혼자들을 물리치고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을 준비를 한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고 아버지를 찾아 가족을 복원하려 하지만 스티븐은 아버지를 극복하려 한다. 어머니가 기도를 해달라고 한 것은 아버지의 자리에 스티븐이 있어주기를 요청했고 스티븐은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변에서 떠 오른 익사체는 스티븐이 아버지를 극복했다는 상징일 수도 있다.
텔레마코스에게는 조언하고 돌보는 친절한 신이 있다. 그가 부정해야 할 것은 아버지기 죽었을지 모른다는 의심 뿐이다. 그는 친절한 조언자를 따라 의심없이 가면 된다. 스티븐에게는 신은 커녕 괜찮은 조언자도 없다. 벅도 헤이즈도 괜찮은 조언자가 아니다. 오히려 오딧세이아의 청혼자들 처럼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찬탈자에 가깝다. 그에게는 민족, 종교, 문학은 흔들리며 극복해야할 어떤 것이다. 그래서 텔레마코스는 희망에 차서 출발을 준비하지만 스티븐에게는 명확한 것은 없고 일상의 자잘한 문제를 걱정해야 하고 벅에게 대한 분노 같은 소심한 생각을 해야 한다.

시작부터 이 책은 쉽지 않다. 라틴어 삽입구도 생경하고 상징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도 있고 오디세이아와 대조도 해야 하니 더욱 그렇다. 작가는 스티븐의 의식을 흩어서 배치해 놓았고 독자는 그것을 엮어서 실마리를 찾아 낯선 아일랜드인의 의식을 탐구해야 한다. 이런 배치가 치밀한 의도인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수없이 나오는 인용에 대해 의미를 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여행을 앞두고 텔레마코스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두려움을 넘어 기대를 같겠지만 스티븐은 그렇지 않다. 조언자도 없고 목표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자유라는 모호한 관념만 있는 여정일 뿐이다. 소름처럼 돋아오는 불안은 스티븐만의 것은 아니며 다음 장을 넘기려는 내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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