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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의 서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마르셀 프루스트
  • 13,500원 (10%750)
  • 2012-09-05
  • : 8,140

 기억을 한다는 것은 그것도 오래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방이 많은 캄캄한 집에 벽에 붙어 있는 작은 등을 하나씩 켜는 일과 비숫하다. 스위치를  잘 찾을 수 있거나 우연히 손에 걸리면 방을 환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억은 소환되지만 스위치를 찾지 못한다면 다시 소환될 수 없다.

 내게 있어서 기억은 대부분 흑백 필림 같았다. 꿈 속에서 보는 풍경같이 색을 알 수 없는 배경은 희미한 그런 풍경 같은 것이다. 그런데 프루스트는 그 배경을 화려하게 채색했을 뿐만 아니라 맛과 냄새까지 부활시켰다. 베르그송은 망각이야 말로 기억을 완벽한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기억은 원초 사건 그대로가 아니다. 살아온 과정에 의해서 기억은 왜곡되고 편집되며 오묘하게 덧칠되기도 한다. 푸르스트를 따라 읽다보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따지면서 읽게 되지만 결국 이런 것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누구인가를 자각할 때 공간에 대한 지각과 기억의 연결점을 찾게 된다. 프루스트가 잠에서 깬 사건에서 시작하는 것은 나의 현존재는 과거의 기억과 어떤 연결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한다. 나의 이름, 가족, 나이, 신체 모두는 과거로 부터 현 존재인 나에게 연결된 것이다. 적어도 어제 밤에 잠들기 전의 ‘나’와 잠에서 깨고 있는 ‘나’와 연결 점을 찾아야만 나는 어떤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적어도 1권-은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꿈속을 헤메이는 것 처럼 기억을 따라 움직인다. 인과에 따른 줄거리의 전개가 아니라 기억의 연상작용에 따라 흐르는 전개라 처음에는 당혹 스럽다. 줄거리를 따라 읽는다면 처음 일 권의 줄거리는 너무 간단하다. 잠을 자다가 자정에 깨어서 아침이 될 때까지 기억의 흐름이 전부다. 그래서 이 책은 줄거리로 읽어서는 안된다. 이 책은 기억 그 자체의 흐름을 관한 묘사이다. 침대에서 어머니를 저녁 키스를 기다리는 소년으로 넘어가고 마들렌에서 콩브레의 아주머니 집과 그 아주머니의 병에 따른 습관과  콩브레 마을을 연결하고 손님 스완과 사교계, 산책길과 소녀들, 그리고 다시 어머니로 연결하여 침대에서 다시 아침을 맞는 현재로 돌아온다. 그리고 기억 자체가 꼭 정확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며 어쩌면 꿈을 헤매는 것과 비숫하기에  이 집의 친가와 외가가 아주머니집에 모여 사는 이상한 가계도 설명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프루스트는 앞 서 말했듯이 기억을 화려한 문장으로 채색했다. 만연체의 문장으로 각종 비유를 사용하여 인물과 풍경을 아주 구체적으로 살려냈다. 줄거리를 따라 읽으려 할 때 지루하기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던 문장이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읽게되면 눈에 들어온다. 정적인  묘사와 운동감이 강한 묘사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면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화가가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지만 글로 묘사하는 것이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또 그것이 화자가 구성한 세계이며 그것으로 자신의 현존재를 규정한다. 그는 누구를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문제가 중요했고 일차세계 대전 전의 파리 근처에 살았던 살만한 가문의 소년이 구성한 세계는 성당의 종탑과 산책길과 아가씨가 있는 아름다운 세계였다.


 

 이 책을 읽는데 또 다른 어려움은 화자의 문제다. 사춘기를 맞은 소년의 시점인지 40대 남성의 시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40대 남성이 사춘기 시절을 기억하는 것인데 기억이 가공되는 것처럼 시점도 가공되어 물리적으로 구분짓기 어렵다. 예를 들어서 어머니의 저녁 키스를 기다리는 간절함을 갖고 있는 소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소년의 시점에서 기술인지 40대 남자가 다시 해석한 기술인지 구분할 수 없다. 더구나 꽃을 보며 우는 아이에서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 같은 화자이니  어려움은 더하다.   


 

 10여년 전에 이 책을 읽다가 2권 즈음에서 그만두었다. 앞에서 말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어서이다. 그러다가 2년 전 쯤 불면에 시달릴 때 이 책을 수면제로 읽었던 기억이 나서 전자책으로들으며 잠을 잤다. 그랬더니 자꾸 우울해 지는 느낌으로 잠들게 되어서 그만 두었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읽게 되었다. 이제는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제대로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기억을 복원하거나 다시 의미를 두게 되면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는 이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내가 어머니의 기억을 제대로 정리해서 다시 구성해둔다면 문득 울컥하거나 어떤 매개체로 기억이 소환될 때 좀 더 나은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조금 더 잘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잃어버린 시간은 찾지 못해도 새로운 나의 출발점을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을테고, 인간의 역사를 아는 것만큼이나 풍부하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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