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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의 서재
  • 채식주의자
  • 한강
  • 10,800원 (10%600)
  • 2007-10-30
  • : 57,521
채식주의자

마침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나서 커피를 시켜 놓고 e북에서 채식주의자를 호출했다. 이미 오래 된 소문과 평가에 비하면 늦게 읽은 편이라 연수를 떠날 때 구매해 두었다. 커피의 고소함과 모처럼의 여유를 소설은 처음부터 봐주지 않았다.

“더워서 벗은 것 뿐이야”
“...그러면 안돼?”
읽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그리고 마치 호러 영화를 본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인가? 그녀와 그의 꿈에 나온 잔혹한 이미지 때문일까? 소설 속 장면 중의 가장 잔혹한 장면은 주인공의 엄마가 흑염소를 먹이는 장면이다. 모성이라는 인류의 가장 근원적인 정서가 잔인한 폭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오랜 폭력의 습관은 가족 안에 더욱 무섭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옳다고 믿어 온 것에 어긋나면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은 그대로 이행된다. 말로 해서 안되면 때리고 강제로 먹인다. 그리고 모두가 공범의 위치에 있다.
남편과의 사이도 예외가 아니다. 아내의 트라우마를 들어주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의 대상이나 도구일 뿐이다. 그는 땀구멍 하나하나 마다 폭력의 기호를 가진 자다.
주인공은 답답해서 브레지어를 풀어 놓거나 가슴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의 오래된 폭력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기제로 가슴을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드러나면 성적인 기호가 되고 타자에게 드러나면 자신의 체면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폭력의 트라우마를 발견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일상이 끔찍한 폭력의 공간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내 입에 내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욱 끔찍한 것은 그 피가 내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의 것이라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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