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머무는곳.. 아니면 이슬어지는 곳
나비와 호랑이 2002/08/1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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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님의 글들은 마음속의 깊은 곳을 더듬어나간다. 내 마음속에 아주 아주 깊이 감추어두었던 슬픔들이 신경숙님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들에 의해 꺼내어진다. 어찌보면 지극히 통속적인 이야기.. 한 여자와 두남자.. 여자가 바라보는 남자는 딴곳을 보고, 그런 여자는 변함없이 바라보는 다른 남자. 결국은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에게 가지만 한걸음 늦은건지.. 남자의 의처증에 자살을 하고야 마는 여자 지극히 통속적인 이야기가 마치 저기 깊은 우물속에서 길어올린 맑은 우물물처럼 아름답고도 슬프게 우리들 마음속에 스며든다.
주인공인 은서와 완, 세가 살았던 고향인 이슬어지는 이름자체가 두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은서와 세와 완의 어렸을적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이슬처럼 반짝임으로.. 아름답지만 햇살이 비치면 너무 쉽게 사라지는 이슬처럼 셋의 관계가 이슬어지고 또 은서가 사라져버리는 상실감으로..
언제가 신경숙님은 다른 책에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신 적이 있다. 내가 시금치나물을 다듬어서 데친다음 침기름과 마늘 두쪽을 넣고 무쳐서 큰 그릇에 나실나실 담아놓았다고 아무리 자세히 쓴들 독자들에게 그 촉감이나 향기들은 전할 도리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사람의 마음이 너무 진하게 느껴서 책을 읽기를 중단하고.. 한참을 쓸쓸한 마음을 달래야했다. 요즈음같이 비가 오는 이상하게 쌀쌀한 여름날에 다시한번 이 책을 펼쳐보고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깊은 슬픔들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사랑이라는것 또한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달래주지는 못하기에 이렇게 깊게 슬픈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외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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