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집을 받고 제일 먼저 /커다란 하양으로/ 시를 펼쳤다
/빛을 끌어 안은 벽 앞 풍경들이 스스로 색깔을 바꿔 오늘의 입체를 먼 날의 평면으로 바다 끝을 부풀리고 있을 때,~~/
커다란 하양으로는 내 의식의 현재였고 과거였다.
꽤 오래전부터 불꺼진 방에 누워 벽을 보면
어둠이 밝혀 놓은 달빛이 창문으로 흘러들어 다시 어둠에 안길때 벽에 열린 하얀 문을 보며 자주 꿈 속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면 사라졌다 또다시 밤이면 찾아왔지만
그 안의 세상은 한 편의 시 속에 보이는 것처럼
오랜 기억이 머문 의식이나 오늘의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밤은
내가 지워진 만큼만 태양에 구멍을 뚫고
죽어서야 갖게 되는 지상의 큰 눈
나는 그저 떠도는 눈의 반사체들일 뿐
나 자신인 적 한 번도 없었다/
실상 모든것이 파편화된 현실에서
피상적인 아름다운 세계는 결국 구름같은 것
시인의 시는 심연의 감각과 조우하여
표층까지 끌어올려 선명한 공간의 고통이
우리를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닿을수 있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증명하려는 것 같다
/불면의 밤을 찢던 곡성이
창가 머리맡 꽃으로 피었다/
/죄를 다한 생시의 애이블비가
오늘 밤 천둥의 음압을 전 생애의 통점까지 끌어올릴 터다/
시인의 현학적인 언어로 끌어낸 사유의 깊이에 도달한다는 일은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것처럼 어렵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렌다
어떤 시는 무중력을 떠다니는 시어들로 만든
분절인형의 기괴한 춤 같다
한참동안 감상하다 보면잠시 멈춰진 시간 속 뒤섞인 시간,
그 속에 존재하는 나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오는 가을이 지나기 전 그의 시집을 탐독하고 나면 이듬해 가을이 더욱 아득하게만 느껴질 것 같다(그리움)
만약 문장에 날개가 있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날개가 없음을 비탄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인의 문장에는 분명 날개가 있어
그 날갯짓으로 그려지는 풍경은
너무나 선명하고 또 환상적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든 날고 있다.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수시로 책장을 펼쳐 놓는다
쓸쓸한 가을, 친구로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 중 리뷰 처음 써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