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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나랑
  • 돌봄, 동기화, 자유
  • 무라세 다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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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1
  • : 5,004

지은이는 일본 "요리아이의 숲"이라는 요양원에서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인데 일을 하면서 노혼, 인지장애를 겪는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고 느낀 점과 자신의 생각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대한민국도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데 지금과 같은 정도의 시설과 돌봄 인력으로 잘 운영하려면 우리 보단 먼저 경험한 일본의 돌봄 체제를 익혀두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부모 그리고 언젠가는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끝없이 정교한 올바름을 추구하는 세계에서 ‘나’의 주관 따위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드는 방법론에 ‘나’의 느낌은 전혀 필요 없지요. 하물며 ‘나’의 생각 따위 장해물일 뿐입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사라져갑니다.“

”집에는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의 생활이 새겨져 있다. 집이라는 공간에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고여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신체 기능을 읽어버렸는지 집은 가르쳐준다.“

”죽을 때는 언제나 혼자다. 혼자 죽는 건 각오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제어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집에 돌아가니 어머니가 죽어 있었다.’ 이 문장에는 사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지 않은가.“

”‘노화=부자유’라는 등식이 뇌리에 새겨졌다. 내 착각이었다. 입보다 유창하게 말하는 눈빛,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동자,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무당과도 같은 말솜씨, 독창성 넘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창의력,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혼란, 자신의 위기를 남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감각, 신념으로 가득찬 주관, 추종을 불허하며 뻗어나가는 사고, 순발력 있는 지성, 체력과 비례하지 않는 지속성,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도약력. 노쇠한 사람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꿔서 적어 본 것“

”늙은 몸은 사람마다 다르게 변형되어 있다. 몸의 일부는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기도 하고, 일부는 쉬지 않고 움직이기도 한다.“

”노쇠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에 손대게 한다. 그 몸을 맡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손을 댄다.“

”수명이 다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손대는 방식도 달라진다. 식사, 배설, 목욕, 수면, 등의 행위가 이뤄지도록 하는 ‘손대기’에서 생명을 느끼기 위한 ‘손대기’로 변화하는 것이다.“

”신체장애 때문에 특정 행위를 잃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방식이 바뀌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말하면 신체장애가 없는 몸과 신체장애가 있는 몸에는 각각의 몸에 맞는 활동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령 시간과 공간을 가늠하지 못하고, 기억이 어렴풋해도 ‘그 사람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라는 것은 몸이라는 자리에 쌓인 시간일 듯싶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어르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말은 그렇지만,이라고 태도를 바꿔 속박하거나 가두어도 괜찮은 이유를 ’노혼‘과 ’인지저하증‘ 등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돌봄 현장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다. 돌봄을 정성스러운 무언가로 채색함으로써 떳떳하지 못한 가해자성을 사회 전체가 숨기고만 있는 것이다.“

”자유와 안전은 서로 밀어내는 자석처럼 사이가 나쁘다.“

”돌봄의 묘미는 하나의 행위를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과정에서 그때까지 몰랐던 ’나‘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협력 체제가 제때를 맞추지 못해서 더 이상 못버티겠다 싶으면 ’도망쳐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설령 고의가 아니라 해도 반사적으로 어르신을 넘어뜨리거나 하기 전에 도망쳐달라고. 육체의 한계가 얼마나 ’무서운지‘ 의식하면서 일하기 바란다고. 최종수단으로서 ’도주‘를 시설장의 책임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거의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그 순간 창작되어 다시 들을 수 없는 것‘이다.“

”한꺼풀 벗겨보면 ’이야기‘에는 지어낸 사람의 기쁨, 슬픔, 분놀, 작은 죄의식 등이 숨어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삶‘그 자체인 것이다. 그런 ’이야기‘에서는 사실보다 진실의 존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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