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공산당은 권력 유지를 위해 싸울 필요가 있다면 그럴 준비가 되어있었다.
전체주의 국가의 억압적 권력이란 내부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순간 외세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유일한 출구는 경제적 소진에 의한 죽음이었다.(p.626)
-제4부 공산당의 반란 중에서
꽤 두꺼운 책이다. 긴 호흡을 준비하고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읽고 싶었다. 특히나 3부작의 시작이었던 '1945'와 '1962'에서 경험했던 마이클 돕스의 글쓰기 전략을 체감하고 있던 터라 어차피 어느 순간부터 몰입되어 미친 듯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진도가 더디게 나갔다. 배경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 문제였다.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혹은 상상했던 소련 내부의 풍경들이 카메라를 직접 갖다 대고 찍는 것처럼 숨막히게 다가오니 갑작스레 물러서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잘 모랐던 사건들은 위키를 참조하며 비교하며 읽고,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으면서 보니 마치 공산주의 몰락의 한 가운데 서 있던 저자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는 공산주의자도, 프롤레타리아도 결국 하나의 거대한 실험에 희생되거나 그것을 이용하려고 몸부림쳤던 한 시대의 가장들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미친듯이 성장하며 흥청망청 하던 때에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강국을 자랑하던 소련의 내부는 엉망진창이었음을 깨닫고, 오늘날 한반도의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게 되었다.
인용한 부분처럼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순간 사실상 외세의 침입으로 붕괴될 위험성은 거의 사라졌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경제적 소진은 거대한 소련제국을 붕괴시켰듯이 북한 수뇌부의 목덜미를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와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질병 문제에 있어서는 공산주의 이념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음은 신천지와 같은 종교적 믿음의 허망함을 통해 이미 충분히 보았다.
그렇기에 '1991'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와 같은 일이 우리에게 머지 않아 벌어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방식으로 통일 혹은 북한 정권의 붕괴가 일어나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와 적극적인 대비책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지식의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소련 공산당은 권력 유지를 위해 싸울 필요가 있다면 그럴 준비가 되어있었다.
전체주의 국가의 억압적 권력이란 내부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순간 외세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유일한 출구는 경제적 소진에 의한 죽음이었다
- P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