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는 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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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유튜브 그리고 온갖 인터넷뉴스와 각종 SNS에서는 끊임없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흑, 백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서로가 맞는다고 싸우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항상 혼란스러웠다. 무엇이 진실일까? 나는 내 가치관과 생각, 윤리관을 당연하게 맞는다고 여기며 살았지만 요즘 그거에도 조금씩 의문이 생기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 내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옳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옳음과 그름,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적 무기'라는 이 문구를 읽자마자 나는 이 책이 정말 궁금해졌다. 그리고 후안 엔리케스는 책의 도입부에서도 자기는 이 책에서 무언가 '정답'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영원한, 부동한 윤리의 존재는 가능할까?
오늘의 진리가 내일은 죽은 이론이 된다.
후안 엔리케스의 '무엇의 옳은가'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온, 그리고 앞으로 역시나 변화할 수밖에 없는 '윤리 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 동성애는 처벌받는 행위였으며 여성의 참정권은 말도 안 됐으며 노예제도는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심지어 모든 사람은 하나님과 예수님에게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란 걸 이야기하는 기독교에서조차 노예제도는 당연한 거였다. 노예제도의 정당성을 성경 구절에 빗대어 말하는 목사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중 노예제도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인권의 문제가 아닌 단순히 기술과 과학적 사실의 여부에서도 기존의 생각은 바뀐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겼던 의학 지식이 지금에 와서는 미완성 상태였던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나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윤리'와 '지식'도 세월이 흘러 미래의 사람들이 봤을 때 오류가 많을 수도 있다.
만일 예전에 당신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누군가가 당신에게 가르쳐준 것이 이제 와서 보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요즘 현대의 윤리 기준으로 과거의 사실들의 말 하나하나에 도덕적 잣대를 대며 판단하고 있다. 나도 인터넷에서 종종 이런 걸 발견하는데, 난 항상 이것이 불편했다. 그 시절에 태어나서 그런 교육만을 받으며 살아왔다면 누구나 그런 가치관이 당연하다며 자랄 수밖에 없다. 지금의 가치관과 윤리로 과거를 평가하는 건 쉽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윤리관이 100% 옳다는 보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작가의 말처럼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그걸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현재진행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문신
유튜브나 인터넷 기사 댓글들을 보면(특히 정치 쪽) 서로 귀를 막고 이야기 한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들은 이미 각자가 옳다는 전제하에 댓글을 달고 이야기를 한다. 정말 그야말로 분노를 위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상대의 이야기에서 '사실'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진짜 진실에서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닐까?
중간에 작가의 '디지털 문신'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우리는 의도했건 하지 않았던 인터넷에 수많은 기록들을 남긴다. 그리고 그건 문신이 되어 내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아무 생각 없이 남겼던 댓글이나 글 중의 문장 하나로 수많은 비판을 받고 그건 끊임없이 당사자를 따라다닌다는 건 여러 가지 사건으로 다들 알 것이다. 여기서 또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거다. 내가 의도치 않게 남긴, 혹은 그때 옳다고 생각해서 남긴 글과 의견들이 과연 몇 년 뒤 혹은 내가 죽어서도 옳을까? 나중에 내가 남긴 것들이 누군가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우리가 관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너무나 엄격하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하에 타인과 과거 세대에 대해 너무나 엄격한 잣대를 내밀며 판단한다.
항상 스스로를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정말 정답일까?' '나도 틀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배운 게 옳다고 생각하는 자세도 버리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 생각과 다른 윤리관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를 바꾸어나가려는 방식을 가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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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생각하길,
깊고 끈질기게 생각하길 바란다.
이해심과 겸손함을 가지고 끈질기게 생각하는 것.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조금 앞당길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