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술 창작과 그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내겐 너무 컸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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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책'하면 아이들이
읽는 책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거다.
하지만 그림책에는 사실 정해진 연령이 없다.
누구나 감상하고 느낄 수 있는 게
그림책, 아트북의 매력 아닐까?
사실 아트북보다는 아이들 위주의 그림책을 주로
봤던 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닌
2021년 디올과도 협업했다던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옹 파욜의 아트북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게 됐다:)
작품 속 그녀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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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그'는 화랑에서 여자가 표범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그림을 사 온다.
그는 보자마자 그 그림에
아니 정확히 '그녀'에게 반해 버린다.
누구나 한 번쯤
어떤 예술작품이나 만화 드라마의 인물에
푹 빠져본 적이 있었던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생 때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남자 주인공 아시타카에게 정말 반했던 때,
더 어렸을 때는
디지몬 어드벤처에 푹 빠졌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거기서 나오는 캐릭터들을 엄청 그리고
뒷이야기까지 상상했었다.
그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만의 2차 창작을 했었던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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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표범에게서 구해주기 위해
작품 밖으로 꺼냈는데 그와 다르게 그녀는
너무나 컸다.
그와 그녀는 너무 사랑했지만 현실에서는
어울리기 힘들었다.
여기서 나는 내가 예술 속 무언가를
너무나 사랑하더라도
그건 현실과 구분될 수밖에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둘이 아무리 정신적으로는 통할지라도 현실적으로
함께하기엔 그 둘은 너무나도 달랐다.
예술작품과 내가 하나가 될 때
결국 그는 그녀를 다시 그림 속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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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위해 붓과 물감으로 표범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손에 꽃을 그려주고
그녀에게 왕관과 안전한 성을 그려준다.
외롭지 않도록 고양이도 그려주고 허전한 하늘엔
무지개도 그려준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들이 가장 좋았다.
내가 그림에 가장 몰두했을 때가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들 때 거기에 깊게 몰두하면
이 세상에 작품과 나 둘만 있는 거 같고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오직
작품하고만 이야기한다.
마치 책 속의 그처럼 그림 속으로 들어가
현실은 안중에도 없고 그 세계만을 채우기 위해
애쓰게 된다. 그때의 그 느낌을 마리옹 파욜 작가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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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물을 주러 갔다 오니 사라진 그림.
완성해 버린 작품과는 다시는 소통할 수 없다.
그 안으로 다시는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또 다른 그림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봤다.
창밖으로 얼핏 지나간 그녀를 본 그.
그녀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다른 그림 속에서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
나는 <내겐 너무 컸던 그녀>를
처음에는 예술 창작에 빗대어 읽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볼 때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만
생각하고 읽어봤다.
그림 속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녀를 위해 모든 걸
해주고 싶어서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했다:)
긴 장문의 글로 표현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짧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둘의 이야기는
내 상상력을 더하기에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이렇게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나서
즐거웠다!
텍스트보다 그림이 많기 때문에
독자가 상상하고 생각해 볼 여지가
너무 좋았다. 이게 아트북의 매력이 아닐까?
현실보다 어른만의 상상이 가득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너무 좋을 거 같다
어른이어도 동화는 너무나 필요하다:)
때로는 상상이 우리에게 살아갈 힘도 주고
위로도 해준다고 난 분명히 믿기 때문이다
이 도서는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