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하면 '팔아 먹으려는 속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케팅이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좋은 점을 필요한 사람에게 잘 연결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상적인 의미의 마케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도 브랜딩의 이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감동적인 것은 브랜딩 교수님이 어디 외국에서 제일 성공한 사례를 가져다가 보여주는 그런 이상이 아니라 저자인 디자이너가 16년 동안 진심과 최선을 다해 일구어낸 이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여러가지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브랜딩의 이상을 실현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현장의 이야기는 당연히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지키기, 살려내기, 함께 나아가기. 이런 농민운동 같은 구호가 브랜딩 책의 표지에 쓰여 있다니. 신선한 충격이면서 고마운 위로가 된다.
나는 브랜딩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사람이다. 확실히 그다지 가까운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앞으로 평생 동안 '제품'이라는 것을 소비하게 될 사람으로서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떤 제품을 사는 것이 지키고, 살아내고, 함께 나아가는 길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좀 더 틔워준다고나 할까. 그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브랜딩 디자이너의 영역에서 이렇게 자기 커리어와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이 사람과 동시대를 같이 사는 것이 참 좋다'라는 느낌을 준다. 내게 책 읽기란 그런 느낌을 받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에 하나인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감각적인 디자인, 철저한 전략, 매력적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소박하고 촌스럽고 담담한 사람들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모습을 나는 많이 보았다. 날것의 멋진 콘텐츠가 원석의 빛을 잃지 않고 단단한 브랜드로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작업, 이것이 브랜딩에 대한 나의 정의다.-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