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잘 못하고, 글도 잘 못 써서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 나가 천연덕스럽게 줄줄 말을 하고 싶어서 도슨트 학교까지 다녔다. 글을 잘 쓰고 싶었지만 일기조차 계속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강제적으로라도 글을 쓰려고 시작한 게 서평이다.
처음엔 얼마나 낯이 화끈거렸는지 모른다. ‘아는 사람 중엔 아무도 내 글 안 읽었을 거야. 다들 안 읽고 좋아요만 눌러주는 걸 거야.’ 하다가 나중엔 ‘어쩌라고~! 오늘만 사나? 난 오래 살 거거든!’ 하는 마음이 됐다. 예순에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겠다며 장기 프로젝트를 세워 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강원국 작가의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가 나왔단다. 무슨 비법이라도 있나 솔깃했다.
“문장은 훔치는 것이다.”
서문의 제목을 보는데 미술사 책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가 떠올랐다. 그렇지. 피카소도 엄청 베꼈지. 훔치는 거나 베끼는 거나.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에 소개된 열두 작가는 글만 잘 쓴 게 아니라 제대로 살았다고 한다. 이번에도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쳤다. 제대로 살았다는 말에는 여러 뜻이 있겠지만, 예술가들 중에는 “작가가 도덕적인 거랑 작품이 무슨 상관이냐?”, “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작품을 연결시키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도 나는 그런 생각에는 좀처럼 동의가 되지 않는다.
작가들과의 인터뷰에는 비법이라면 비법이고, 다 아는 이야기라고 보면 또 다 아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책 참 희한하다. 글 잘 쓰는 비법이 뭐 있나 싶어 들여다봤는데,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요즘 SNS를 보면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준다며, 웃기려고 쓴 건지 진지하게 쓴 건지 구분도 안 되는 휘황찬란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들이 있다. 이 책에는 그런 문장이 하나도 없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에피소드고 이미 아는 이야기인데도 식상하지 않다. 술술 읽힌다. 심지어 재미있다.
둘째가 두세 살 때쯤이었으니까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연천 DMZ 앞 마을로 1박 2일 시골 체험을 갔었다. 거기서 식판에 밥을 받아 먹는데, 입에 넣는 순간 내가 평생 먹어온 밥과 맛이 달랐다.
그전에는 밥이 맛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밥이니까 먹었다. 죽을 때까지 빵만 먹고 살아라 하면 오히려 좋다고 할 때였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처럼 밥맛이 다 똑같을 것 같지만, 철원쌀도 이 맛이 아니고 여주·이천쌀도 이 맛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다가 맨 처음 백학쌀을 먹었을 때가 생각났다.
평범한데 다르다.
아, 이래서 대통령의 글을 쓰던 사람이구나.
책에서 정지아 작가는 글쓰기 비법으로 힘을 빼고 쓰라고 한다. 그렇다. 모든 게 마찬가지다. 사람이 미숙할 때는 어깨에 힘주고 큰소리도 치고 허세도 부리지만, 나이가 들고 노련해지면 만화 속 배추도사 무도사처럼 홍냥홍냥~ 툭 치는데 상대방은 다 쓰러지는 법이다.
열두 작가에게 각자의 글쓰기 비법을 듣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작 그 인터뷰를 쓴 강원국 작가의 힘 쏙 뺀 노련함에 놀라버렸다.
“쓰기 전에 이미 다 써놓는다.”
문장은 고칠 수 있어도 구조가 무너지면 글이 무너지니까.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