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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eunhi님의 서재
  • 신애론
  •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 21,600원 (10%1,200)
  • 2026-05-08
  • : 420

찬미예수님~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5·6월 서평도서로 『신애론』을 읽었습니다. 공부를 하자는 마음으로 제목에 "론(論)"이 들어간 책을 골랐는데, 받아보고는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책으로 어떻게 서평글을 쓰지?, "지금 이 시대에 중세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논리를 어떻게 내세울까 고민하다가 지난주 교리교육학 시간에 그 답을 얻었습니다.

창세기에서 여자는 남자가 창조되는 순간을 보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나와 보니 이미 남자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역시 여자가 창조되는 순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 여자가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서로가 전부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수천 년 전에 기록된 창세기인데도 우리는 지금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합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성경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달라질수록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 질문을 가지고 다시 읽게 됩니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오늘날에도 '왜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베르나르도의 질문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물음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중세의 답을 배우기보다 오늘의 언어로 다시 질문하기 위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애론』에 베르나르도의 유명한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받아 마땅한 분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한다."

예????? ^^;;;

우리는 사랑을 자유로운 관계와 상호성 안에서 이해하며, 무엇보다 개인의 감정과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이 말이 권위적이기도 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베르나르도가 말한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처음부터 순수하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존재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간은 두려움과 결핍,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느님을 찾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성장하면서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베르나르도가 말하는 사랑은 인간 욕망을 부정하는 길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하여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중세 수도자의 엄격한 가르침이라기보다 인간 내면의 성장을 설명하는 영적 성찰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베르나르도를 무조건 이상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깊은 영성을 지닌 인물이었지만 제2차 십자군 원정을 적극적으로 설교하기도 했습니다. 사랑과 겸손을 이야기한 성인이 전쟁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책은 이런 부분까지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베르나르도를 위대한 성인이면서도 동시에 시대적 한계를 지닌 인간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기준으로 중세를 판단하기 쉽지만, 중세 역시 자신만의 세계관과 역사적 조건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베르나르도는 그 시대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려 했던 사람이며, 그 사랑의 길을 오늘까지 전해 주고 있습니다.

『신애론』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왜 가톨릭출판사가 중세를 2026년에 소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중세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늘의 우리에게 "당신은 왜 하느님을 사랑하는가?", "사랑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마 그것이 이 책을 지금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간과 사랑,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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