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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에르 드 부아르 18호 Maniere de voir...
- 필리프 데캉 외
- 17,100원 (5%↓
540) - 2025-02-07
: 790
오늘 소개할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 르몽드(Le Monde)에서 나온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 한국어판 18호입니다. 전공 불문이라 울 과에는 동아리 이름 자체가 ‘르몽드’인 르몽드를 읽는 동아리도 있었고, 프랑스 정치·사회 시간에 르몽드 기사로 수업을 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자들은 지금처럼 ’기레기‘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고,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르몽드에서 발행하는 월간 잡지라고 하면, 일단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먼저 갖게 됩니다. 잡지사는 Manière de Voir를 ”사유의 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직역하면 ”시선의 방식“이 됩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결정되니, 결국 같은 의미이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그건 저쪽 입장도 한 번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특정 사회적네가이슈를 다양한 원안과 결과를 조망합니다.
이번 18호의 주제는 ”인간 붕괴, 지구의 위기“.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구 이동 문제를 기후 변화, 전쟁, 경제적 불평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이 책에는 동유럽 경제 위기로 인해 고국을 떠나 서유럽으로 향하는 사람들, 인구 통계의 허점, 동유럽과 아프리카의 인구 문제, ‘돈벌이’로 전락한 국제 입양과 대리모 산업, 본토에서 옛 식민지였던 고국으로 돌아가는 레위니옹 청년들, 외국인 노동자 수입과 강제 추방 등의 현실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경제 불균형과 빈부 격차로 인한 인구 이동과 연관이 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소나무 심기’ 운동은 표면적으로는 환경 보호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제거하고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관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모두가 노마드가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처럼, 인간 역시 점점 더 떠나야 하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 사막화,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인해 거주 불가능한 지역이 늘어나면서, 인류는 필연적으로 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환경 위기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때때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숲 조성 사업처럼 특정 공동체를 배제하고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활용’하는 사례들은, 환경 문제가 단순한 생태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런 경제·사회적 문제들을 단순히 글로만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책 표지부터 기사 사이사이에 배치된 작품을 통해 예술가가 사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번 호에는 터키 작가 **아드비에 발(Advye Bal)**의 그림이 실렸습니다. 그는 인구 이동이 남긴 상실과 흔적을 강렬하게 형상화하여, 기사 내용과 맞물려 깊이 있는 사유를 이끌어 냅니다. 좋은 작품이란 단순히 기법적으로 화려하거나 예쁘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작품이겠죠.
이번 마니에르 드 부아르 18호는 다양한 시각에서 인구 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분석하고, 예술적 감성을 통해 이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알찬 호였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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