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믿음 (헤르만헤세, 로만-가톨릭츨판사)
이 책은 세계대전을 겪으며 자본주의, 민족주의에 의해 점점 사라져가는 인류의 문화와 도덕을 담당했던 종교와 풍습의 필요성에 대해 쓴 헤세의 글이다. 나의 믿음은 특정 종교와 문화를 떠나 인간 영혼을 채워줄 수 있는 헤세의 믿음에 관해 생각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헤세는 인간 유형을 현실적 인간과 종교적 인간으로 나누어 각 유형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현실적 인간은 이성을 신뢰하고 권력을 추구하며 지구를 착취하는 유형이다. 종교적 인간은 경외심을 품고 살아가며 인간을 지구의 부수적인 존재로 여기며, 자연과 예술에서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유형이다. 인간의 유형을 두가지로 나누는 것이 억지스러움을 헤세 스스로도 인정 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누어지지만 세상은 양 극단의 기둥사이를 오가며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 모순적으로 보이는 극단은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하나임을 깨달아가는 것이라고 결론을 이야기한다.
헤세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났으나 교회가 권력과 경제 논리를 추구하며 종교가 아닌 종교 이론에 집착하는 기독교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헤세는 불교에 심취하였고, 흰두교에 빠져들었으며 중국 철학인 노자 공자 장자에 몰두하였다. 또한 헤세는 로마 가톨릭이 가진 장점을 부러워하였으나 신약 성경을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여기며 개종을 하지는 않았다. 헤세는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의 폐단을 지적하며 개혁만 했다면 훌륭한 종교 개혁가로 남았겠지만 어느 하나 더 나은 것 없는 새로운 종교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 때문에 루터를 여러 차례 비판하였다. 헤세는 여러 종교를 두루 찾아다니며 완전한 자신을 찾으려 애썼다. 헤세는 완전한 자신은 자의식부터 가져야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뿌리는 개신교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세속화 된 교회와 종교 지도자들에게 불만이 있지만 자신은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다. 헤세는 신약성경과 중국 철학 내용의 유사성을 연결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지만 불교 흰두교 중국 철학 가톨릭을 두루 체험한 헤세는 어느 종교가 우월하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 종교들은 진리의 다양한 모습이기에 삶이란 양극 사이에 있는 다양함을 오가며 그 속에서 일치를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느 특정 종교를 떠나 권력과 경제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의 영혼을 위하는 일에 보다 더 큰 가치를 두고 인간 자의식을 찾아 보다 완전한 자아를 찾아야 함을 강조한다.
헤르만 헤세의 나의 믿음을 읽으며 토마스머튼의 영성 강의에서 봤던 박재찬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신부님께서는 너도 맞고, 쟤도 맞고 다른 모든 종교를 진리로 인정하는 것은 다신교이기 때문에 가톨릭 교리와는 맞지 않다고 하셨다. 우선 내 종교 교리에 대해 확실하게 공부를 하고 나서 그 다음 예수님께서 타 종교를 바라보시듯, 예수님의 시선으로 타 종교인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인정해주라고 하셨다. 헤세의 책이 가톨릭 교리와는 약간 차이가 나지만 나만 옳고 내 종교만 최고라 여기고 다른 종교들을 비난하여 종교 전쟁을 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해서 읽기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