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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eunhi님의 서재
  • 변화하는 천사
  • 잉그리트 리델
  • 16,200원 (10%540)
  • 2023-10-23
  • :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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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흥미로운 그림 해설책 한 권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변화하는 천사 –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 이라는 제목으로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한 심리분석가이자 신학 및 종교 심리 명예교수인 잉그리트 리델이 쓴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 해설책입니다. 당연히 그림 해설책이라 그림이 많이 실려있구요, 신학 교수이신지라 성경에 사상적 근거를 두고 파울 클레의 천사 시리즈를 해설했습니다. 한마디로 종교 심리로 이야기하는 파울 클레 천사 도슨트 책이지요.
파울 클레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지만요, 그림에도 천부적인 소질을 보여 뒤셀도르프 대학을 거쳐 세계 최고의(제 마음입니다) 미술 학교 바우하우스에서 미술 교수를 지낸 화가입니다. 9천여점의 많은 그림을 남겼다고 하지요. 파울 클레는 나치 정권에 의해 퇴폐미술로 낙인 찍히고 말기에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 희귀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천사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천사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지요. 클레는 지금 현실에서는 고통받고 있지만 내 안에 숨어 있는 천사를 통해 자기가 완성되어지는 과정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그렸습니다. 언뜻 보기에 서툰 유치원생의 그림 같지만 하나의 선을 이어 쭈욱 그린 천사 시리즈는 형상과 기호 암호로 가득한 지식인의 그림입니다. 초기 ‘못생긴 천사’, ‘유치원의 천사’, ‘미완성의 천사’ 에서 중기 ‘희망에 찬 천사’, ‘충만한 천사’, ‘귀한 소포’ 를 거쳐 말기 손의 신경마저 다 망가진 상태에서 ‘천사, 여전히 못 생긴’ 으로 쭈욱 이어집니다.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클레 특유의 유머와 긍정의 모습으로 천사들은 항상 웃고 있고 시선은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며 몸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다수 그려집니다. 잉그리트 리델은 파울 클레의 자기 초월 의지를 야곱과 천사의 씨름을 예로 들어 여러차례 설명합니다. 천사와 인간 자아와의 싸움이 인간을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지만 야곱이 엉덩이뼈를 다쳐 다리를 저는 것을 통해 그 과정에서 인간을 망가뜨릴수도 있음을 이야기 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달 수녀원에서 성모님의 고개가 옆으로,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자상을 보며 절두산 성지 조각도 생각이 나면서 성모님 목을 왜 이렇게 했을까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요, 『변화하는 천사』 책을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모님 얼굴이 수평선으로 놓여져있다는 것은 자기 희생의 의미였습니다. 성모님과 예수님의 무한 희생으로 우리를 희망으로 이끄신다는 조각상의 의미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의 이름과 잘 맞는 성모자상이었네요. ^^ 그런데 한가지 주의해야 될 점은 59페이지에서는 ‘머리가 수평으로 위치한 것은 클레에게 언제나 우울의 상징이며’ 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157페이지에서는 ‘수평선은 자주 평정과 고요 또는 완전히 어떤 것에 몰입함을 암시하곤 한다’ 라고 되어있구요, 159페이지에서는 ‘옆으로 누운 머리는 클레가 그의 상징언어로 나타내곤 하듯이, 완전한 헌신의 몸짓을 하고 있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하나의 상징이 품고 있는 의미는 것은 몇 가지가 되지만 그 의미들 중에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해설을 하게 되겠지요. 문제는 59페이지에서 ‘「언제나」 우울의 상징’ 이라고 해놓고 뒤에는 여러 의미로 해석을 했다는 점은 부연 설명을 필요로 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심리학과 신학을 동시에 공부한 저자가 쓴 그림 해설서라는 점, 파울 클레의 그림도 많고 해설이 상세하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책 초반에 시편을 잠언이라 표기하고, 창세기를 모세1, 창세기1 이라는 등 오역과 통일되지 않은 표기법으로 혼란을 주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맨 마지막 번역자의 묵상에는 책 내용이랑 직접 관련도 없는 사후세계 경험자 스베덴보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알아보느라 삼천포까지 다녀오게 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지적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업은 아무나 못하는 법이지요. (자기반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좋은 책 이었습니다.

파울 클레 천사 시리즈중에 아마도 앙겔루스 노부스가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발터 벤야민부터 시작해서 많은 학자들이 앙겔루스 노부스의 영감을 받아 인문학적 저서들을 여럿 남겼습니다. 언젠가 ‘앙겔루스 노부스’만 따로 떼어 이야기를 한 번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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