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에 계곡과 나무들, 강과 울창한 숲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놀란다. 뉴스에 나오는 것들이 언제나 토라보라의 동굴들과 산, 혹은 사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은 먼지가 휘날리고 메마르고 바위가 많은 곳으로 비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전 지역은 수풀이 무성한 계곡과 목초지와 강들과 아름다운 나무들과 꽃들로 가득 차 있다.” -할레스 호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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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4시에 완독하고, 미어지다 못해 박박 찢어지는 가슴 안고 잠들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프가니스탄판 파친코 핵불닭마라맛이랄까... 세상에게 버려졌지만 그럼에도 강인하게 살아가는 멋진 여성들의 우정을 볼 수 있다.. 결말은 파친코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이 멋진 여성들이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라고 싶건만,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탈레반이 점령했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함.. .
늙은 나이에 어린 아내를 둘이나 부인으로 맞은 라시드는 일차원적이며 ‘현대소설에서 가장 악마적인 인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일차원적이지 않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잘 보여야 할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지극히 입체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더 슬픈 것은 현실은 더한 악마들로 바글거린다는 사실이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8-9세 소녀를 아내로 맞고, 자유를 억압하며, 잘못했을 때는 신의 이름을 빌려 잔인하게 고문하거나 돌로 쳐 죽인다. 그들이 믿는 신은 악마일까.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감사하다는 생각은 하기 싫었다. 한국에는 해결해야 할 한국만의 성차별이 존재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게 극단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혐오라는 근본적인 뿌리는 같다. 그들의 불행을 위안 삼아 현실에 감사하고 넘어가기에는 아직 그들은 그렇게 살고 있고, 바뀌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동지역 여성들과 비교하면, 몇 십 년 전 여성들과 비교하면 지금 한국 여성들은 행복한 것이니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남성들의 말이다. 그렇게 감사하고 넘어가면 현실에서 뭐가 달라진단 말인지.) 2021년 미군이 철수하며 철조망 너머로 필사적으로 아이를 건네는 엄마 아빠,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려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그 속에 현명하고 강인한 라일라가, 아지자가 있을 것만 같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덕분에 살아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을 만났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호세이니의 소설 중 가장 수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하니, 한 권을 먼저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서평단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