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팔로워하고 보고 있던 간호사 인스타툰 작가님이 책을 내셨다.
앞서 두 권의 책을 냈지만,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나는 엄마와 언니가 모두 간호사였기에 (엄마는 현역, 언니는 공단으로 이직했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간호사의 업무 환경, 의료 용어 등에 친숙하다.
그래서 이 에세이가 더 반갑게 다가왔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특히나 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 살면서 누군가가 죽어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텐데
의료인들은 그들의 곁을 지키는 것이 주 업무이니 심적 부담감이 어떨지 상상이나 가는가.
“일을 하며 깨달은 건 명료하다. 이 일에 사소한 부분은 없다.”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p.67
아픈 환자와 그 보호자는 잔뜩 예민해져서 간호사의 안위를 살필 여유 같은 건 없다.
몰상식한 의사들도 넘쳐 나고, 사소한 실수가 누군가의 목숨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은 병동에 있는 환자 개개인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위해 노력한다.
(간호사들의 사연이 담긴 인스타툰은 비자 님의 계정에서 만나볼 수 있다. / @rn.bizza)
엄마가 부산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신규 간호사 시절,
전신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병동에 들어왔었다고 한다.
그 환자는 바쁜 의사와 간호사가 빠르게 드레싱을 하는 내내 아프다며 울부짖었고 화상이 너무 심했던 탓에 얼마 더 살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되었다.
이십 대 초반의 어린 엄마는 그날 울던 환자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 엄청나게 울었고,
‘곧 돌아가실 분인데, 병동이 조금만 덜 바빴다면 좀 더 세심하게 치료해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아직도 종종 눈물이 난다고 한다.
지금 비교적 중증도가 낮고 덜 바쁜 병원에서 일하는 엄마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귀도 파주고 손발톱도 깎아주고는 한다고 신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십 대 초반에 대학병원에서 만나 그렇게 해주지 못했던 환자들이 마음속에 너무 아프게 남아 있다고.
물론 가장 아프고 힘든 건 환자겠지만 그러한 혹독한 환경 속에서 간호사들도 상처 입고 병들어간다.
병동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간호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사회는 그들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그에 비해 간호사에 대한 처우와 인식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나라 여초 직업군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유치원, 보육 교사의 경우 학급당 원아수가 터무니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선생님들은 묻히고 아동학대 사건만이 이슈가 된다.
그럴 때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업무환경이 개선되어야 함을 주장하지만
모든 책임은 교사 개인의 잘못으로 돌아가고 문제는 되풀이된다.
요양보호사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비자 님은 인스타툰을 통해서 간호사의 업무 환경과 인식 개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직업군의 목소리가 여러 형태로 세상에 전해지면 좋겠다. 차츰 그런 에세이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다들 책 쓸 시간도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책에는 비자 님의 간호사 시절 이야기부터
지금의 인스타툰 작가가 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간호학과 학생이나 신규 간호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공감되고 힘이 되는 문장이 많기에
마음이 지친 모두에게 이 책이 가닿길 바란다.
*상상팸 13기 활동을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