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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책을 읽다가 경험하는 특별한 순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한 문장, 어떤 한 장면의 묘사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 순간을.”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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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림책만의 매력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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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을 참 좋아했다. 알록달록하고 자유로운 판형의 딱딱한 책을 집어 들면 저마다 다른 무궁무진하고 따뜻한 세계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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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에서 나는 종이봉지를 입고 왕자를 구하러 가기도 하고(종이 봉지 공주),
반짝이 비늘을 가지고 물고기 친구들과 바닷속을 유영하기도 했다(무지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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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훌쩍 커서 그림책을 잊고 살아오고 있었는데, 최근 그림책을 좋아하는 따뜻하고 맑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시 그림책에 관심이 생겼다. 부끄럽게도 그전까지는 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점도 잘 몰랐다. 올해 이수지 작가님의 안데르센상 수상으로 인해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오해가 옅어지고,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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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을 쓰는 일은나의 생각을 어떻게 이미지로 구현할까를 고민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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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란 무엇일까. 왜 어떤 책은 그림이 있어도 그림책이라 하지 않을까.
저자는 '글과 그림이 서로 유기적 관계에 있는가'의 여부가 그림책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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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그림이 없어도 책의 완결성에는 무리가 없다면 그 책은 그냥 '그림이 있는 책'이고, 그림 없이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고 독서의 즐거움이 사라진다면 그 책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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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그림책 속에서의 그림은 글을 품고 있다. 또한 그림책의 글은 단순히 그림을 설명하는 요소가 아니다. 글과 그림이 서로 호흡을 맞춰 한 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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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그림책을 보면, 정말 별것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짧은 글 중 한 문장, 심지어 단어 하나도 뺄 것이 없다. 모두 글과 그림의 조화 속에서 꼭 필요한 자리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소리 내어 읽기도 편하다. 이런 글은 생각처럼 쉽게 써지지 않는다.”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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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그림책 편집은 다른 책에 비해 쉬울 거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은 집필부터 출간까지 아무리 짧아도 1, 2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정된 페이지 안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 내고, 글과 그림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섬세한 일이기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두꺼운 단행본에서는 작은 오탈자 하나가 생기거나, 단어 하나가 빠져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림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시가 소설보다 쓰기 쉬운 것이 아니 듯이, 뺄 문장 하나 없이 글과 그림이 완벽한 호흡의 왈츠를 추도록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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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글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드러내고 만다. 내가 편협하고 오만하고 비뚤어져 있다면, 내가 쓰는 글도 어쩔 수 없이 편협하고 오만하고 비뚤어진 글이 될 테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좋은 글이 나올 테니.”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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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끊임없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그림책은 전 연령이 즐길 수 있지만 어린이들이 주요 독자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한 권의 그림책은 한 아이의 말랑한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된다. 그 흔적들은 살아가며 만날 다양한 아픔과 슬픔 앞에서 방패막이 되어주기도,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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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책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어린 시절 그림책과 함께한 따뜻한 추억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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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가 읽었던 책들이 이런 마음으로 만들어졌을까?
나는 그런 마음들을 읽고 자라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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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의 조각들이 내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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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쓰고 싶은 당신, 그리고 쓰고 싶진 않더라도 그림책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