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왜 위험하게 횡단보도를 걸어서 건널까?
날개가 있으면 좀 날아서 건너지.'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며 위험천만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비둘기를 만날 때마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됐다.
생물의 날개란 매우 경이로운 진화를 거쳐왔고,
'비행'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활동이라는 걸!
이제는 날개가 있음에도 걷기만 하는 비둘기를 흘기지 않아야겠다.
유튜브 '새덕후' 채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장을 펼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생물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
“깃털은 세계의 경이 중 하나다.
공중에 띄울 수 있을 만치 튼튼하면서 뼈보다 딱딱하지 않은 경이로운 장치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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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한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이다.
어려운 과학서가 아닐까 걱정하며 펼쳐 들었는데
그보다는 재미있고 잘 읽히는 대중과학교양서에 가까웠다.
리처드 도킨슨 씨가 이렇게 유머러스한 분이신 줄 몰랐지.
이 책을 편집, 마케팅하면서 을유문화사가 가장 신경 쓴 것도
'재밌는 과학교양서'라는 컨셉을 묻히지 않게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마법의 비행>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새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비행하는 생물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과거에 멸종된 익룡들도 날았고,
벌레와 날다람쥐 등의 소동물도 날며,
날치 등의 물고기도 날고,
심지어 식물의 씨앗들도 난다.
이 책은 생물들이 왜 '날기'라는 생존 전략을 선택했는지,
난다는 건 왜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흥미롭게 서술한다.
중고등학생 시절 물리, 화학은 싫어했지만 생물, 지구과학은 정말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다양한 생물종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흥미로웠다.
'야나 렌초바'의 사실적인 일러스트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이해를 도와주었다.
읽다 보니 인간의 이기로 멸종한 멋진 생물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여러모로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호주, 뉴질랜드 등에 사는 많은 새들은 날지 못한다고 한다. (키위새, 도도새, 굴뚝새 등)
그들은 한때는 날 줄 알았기에 날아서 섬에 도착했으나
커다란 포유동물이 없는 외딴섬에서 '날개가 없는 포유동물의 생활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섬에 포유동물 포식자가 전혀 없기에
새는 먹히지 않게 달아나는데 날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님을 '발견한다'.
그래서 날개가 세대를 거치며 퇴화한 것이다.
모리셔스 섬에 살고 있던 도도새는 17세기 선원들의 등장으로 멸종했다.
도도새는 선원들의 등장 전에는 섬에서 달아날 만한 일이 전혀 없었기에
곤봉을 들고 재미 삼아 자신을 때려잡는 인간들에게서도 달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증말 인간 나쁘다...)
책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진화와 퇴화의 사례가 등장한다.
모든 생물들이 균형과 타협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생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진화에 대한 좀 더 딥한 이야기가 듣고 싶기에
어서 읽어 보기로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