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정보와 지혜의 보물 창고이며, 철학 이전의 철학이었고, 철학 이후에도 또 다른 결을 가진 철학으로 존속해왔습니다.” -p.10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 얼핏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제우스, 헤라의 이름과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충격적이던 내용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은 지식과 이야기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언제 한 번 제대로 공부해봐야지 생각하고 있던 때에
을유문화사의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났다.
김헌은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로,
‘지혜를 사랑한다’의 합성어인 ‘필로소피아(philosophia)’라는 말에 이끌려
고대 그리스 철학 연구에 정진하게 된 고전학자이다.
신화를 진정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는 사람의 해석은 달랐다.
어려운 신들의 이름이라든지 복잡한 계보를
드라마를 보듯 쉽게 설명해줬고,
어릴 적 충격적으로 느껴지던 근친결혼 등의 스토리에는
은유적, 철학적 이유가 있었다.
또한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신들의 이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핵무기에 관련된 원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저승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플루톤’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들어왔던 이름들이 신의 이름과 같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으나
그 방대한 내용에 망설여졌던 사람이라면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