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도시는 고갈되지 않는 천연자원과도같다. 우리는 버스 운전기사, 여자 노숙인, 검표원, 거리의광인 들에게서 매일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산다. 걷기는 우리 안에서 가장 졸은 것을 끌어낸다.
… 둘이서 하는 일 중에 가장 좋은 건 옛날이야기 하기다.- P12
창문바깥쪽 삶에 대한 엄마의 끊임없는 평가는 내가 처음으로맛본 지성의 열매라 할 수 있었다. 엄마는 세간에 떠도는말을 정보로 변형시킬 줄 알았다. 한층 치솟은 목소리를들으면 이렇게 평가하곤 했다. "보나마나 저댁 오늘 아침에 남편하고 싸웠구먼"- P24
내 공상은 대체로 ‘이렇게 가정해보자‘라는 문장으로시작되었다. 그 뒤에는 이 구차한 현실에서 나를 구원해줄이야기가 이어지기보다는 ‘대의‘를 품은 상상들이뒤따랐다. 이런 식이었다. 모든 일은 언제나 나쁘게끝나지만 그 비극 안에도 위엄이란 게 있지 않을까. 내가쓰는 이야기의 요점은 명확하다. 인생은 비극이라는 것.
‘비극 안에 머물면 인생이라는 지루하고 빈곤한 고통에서구출될 수 있다. 사실 인생이란 게 전부 무의미해 보이기도했다. 무의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내가 알기론 가장중요했다. 의미를 찾는 게 곧 구원이었다. 그것이 미숙한십대 작가가 떠올릴 수 있는 첫 문장이었다. 나는 모든것을 신화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P87
바로 당신을 반겨주는 우울함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그날 저녁의 우울, 마지못해 견뎌야하는 일상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 엄마를 배신하지 않고기다려준 이 절망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그렇게 일을하고 오는 사람처럼.-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