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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개정판)
  • 김연수
  • 9,800원 (490)
  • 2015-11-02
  • : 943

사다 놓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열 몇 권의 이북을 한 번에 결제하고는 이북에 담아두고 좋아했던 책 중 하나다.

김연수 작가의 책이라면 예전에 한 권 본 적이 있었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제 강점기 때 순천인가 군산인가 아무튼 조선의 곡창지대 어딘가에서 태어나 광복 후 일본으로 돌아가 살며 고향(?) 산천을 그리워하는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런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지라 읽으면서 참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이 책 속에서 전 세계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겪었던 희한한 일들과 만났던 그 수많은 사람과 또 그 한 명 한 명의 특이한 이야기도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도대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뭘까 궁금해하며 봤던 책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책도 추천을 통해 접한 책이었다. 이전에 봤던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또한 주인공 카밀라는 태어난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입양을 가 자라다가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 그중에서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라는 고장으로 돌아와 자신의 뿌리를 찾아다닌다. 진남은 그런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진심을 잘 이야기하지 않고 의뭉스럽다. 자신을 낳았을 때 열일곱이었다는 엄마 정지은의 이야기를 물으면 속 시원한 대답 대신 열녀 비니 검모래니 하는 곳으로 주인공을 데려가서는 알아서 보고 느끼라는 식이다.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 한다. 카밀라는 본인의 원래 이름이 정희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실에 점점 가까이 가는 듯하지만 알게 되는 사람들마다 진술은 엇갈리고 앞서 나왔던 진술은 너무 쉽게 뒤집어지고 속 시원한 결말 없이 이야기는 끝난다. 어릴 때 입양된 주인공이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다닌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서정적인 문체가 마음에 들어 홀린 듯 끝까지 보기는 했으나, 전에 봤던 작가님의 책과 마찬가지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감은 잡히지 않는다. 마지막 작가님의 말에서 '부디 독자들이 본인이 쓰지 않은 곳까지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하셨지만, 여백이 많은 이 이야기가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알면서도 모르겠다. 주인공 정희재가 만나게 되는 인물과 각 인물들의 그 많은 사연도, 다는 모르겠다.

주인공 카밀라 혹은 정희재는 본인이 엄마의 진실을 캐고 다닌 걸 후회한다고 책 중간에 이미 선언을 했었다. 그녀가 마주한 정체성 혹은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심연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고 난 나의 감상은 카밀라의 마음처럼 혼돈 그 자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주인공 엄마는 꼭 열일곱에 아이를 낳은 설정이어야만 했을까? 정말 지겹다. 사회적 약자로 몰린 어린 소녀들이 성적으로 능욕당한다는 설정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게. 마치 그런 상황에 처한 어린 여자아이들은 그런 일을 당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듯이.

 

이쯤 되니 남자 작가 이야기는 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편견인가. 


양모인 앤이 죽은 지 채 이 년도 지나지 않았다. 한 남자의 삶 속에서 아내라는 존재가 그토록 빨리 잊히다니! 그 사실이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P11
"평생 앤이 가장 사랑한 사람이 너였으니까."- P12
그러므로 ‘어머니‘의 두번째 정의는 ‘날마다 한 번은 떠올리는 여자‘야.- P79
지나가면, 우리는 조금 달라지겠지. 하지만 그 조금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겠지.- P130
진실은 과연 그토록 중요한가?- P182
지훈은 등으로 너의 존재를 고스란히 느낀다. 인간은 가여운 존재라 끊임없이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게 설사 아무런 표정도 느껴지지 않는 등이라고 해도.- P191
왜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을 하는 것일까?-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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