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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과 감성
  • 제인 오스틴
  • 11,700원 (10%650)
  • 2006-03-25
  • : 5,553

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 제인 오스틴의 책 제목 한 번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영문학 전공한 사람 중에 제인 오스틴의 팬이 아닌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난 둘 다에 해당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제인 오스틴님의 열렬한 팬이다. 작품이라고는 <오만과 편견>밖에 안 봤지만. 영화와 책으로 주구장창 봤다. 그녀만의 발랄함과 설렘에 짜릿짜릿 즐거워하면서.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인 <설득>과 <이성과 감성>은 옛날 옛적에 드라마로 봤다. 우리나라 사극 보듯,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를 신기해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설득>은 발랄했고 <이성과 감성>은 다소 어둡고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허나 작가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드디어 <이성과 감성>을 보기로 했다.

배다른 남동생 가족과 함께 살던 대시우드 가족은 아버지의 사망 이후 다른 친척의 초대로 바턴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아버지는 배다른 남매 존 대시우드에게 주인공 가족을 섭섭하게 대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지만, 어찌어찌 딱 섭섭하지 않을 정도만의 유산만을 나누어 주게 되고 어머니, 큰 딸 엘리너, 작은 딸 메리앤, 그리고 막내 마거릿은 바턴에 자리를 잡는다.

엘리너와 메리앤은 각각 정인이 있다. 엘리너는 이복 남매의 부인의 남동생인 에드워드 페라스와, 메리앤은 바턴으로 이사 후 우연히 만난 신사인 윌러비와.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자매는 연애도 성격대로 한다. 언제나 열정적이고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 메리앤이 보기에는, 침착하고 언제나 감정을 숨기는 엘리너와 그의 연인 에드워드의 관계가 민숭맨숭해 보이고 나중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언니가 자기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엘리너는 엘리너대로 자중하지 못하는 동생이 걱정된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했으니까, 두 미녀의 연애담은 곧바로 주변인들의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오만과 편견>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성 강한 조연들이 등장하는데,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엮어주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제닝스 부인을 필두로 돈은 많은데 별 할 일이 없어 매일 저녁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존 미들턴 경, 남편이 초대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부 받는 것이 즐거운 그의 부인 레이디 미들턴, 주인공 자매의 이복동생 부부의 좁디좁은 배포를 볼 수 있는 대목 등이 제인 오스틴 특유의 익살맞은 표현으로 전개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 중간중간에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설명을 하거나 정리를 하는 대목이 꼭 나오는데, 그 때문에 이 오래된 이야기가 방금 나온 신간처럼 느껴진다.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들고. (실제로는 그녀는 낭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소설을 시작했을 때는 제인 오스틴 표 사랑 이야기, 이 작품은 뭐가 그리 특별하려나? 그런데 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 뭔 책이 이렇게 두껍나 했는데, <오만과 편견>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도 훨씬 많고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도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게다가 각 인물들이 사랑의 결실을 맞는 과정이 엎치락뒤치락, 이건 무슨 추리소설도 아닌데 계속해서 상황이 뒤집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제인 오스틴 이야기가 사랑받는 이유라면 지금 당장 열 손가락을 한 번씩 접고도 남을 정도로 꼽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점을 첫째로 꼽고 싶다. <오만과 편견>에서도 그렇지만, <이성과 감성>에서도 사랑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젊은 시절 본인의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의 인생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상기한다.

<오만과 편견>이 좀 더 발랄한 이야기였다면, <이성과 감성>에서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 자매의 심리 상태가 변하는 과정을 아주 섬세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있어 설득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파란만장한 일을 겪으며 울고 웃고 성장하되, 결말만큼은 소설에 등장하는 모두가 행복해야 해! 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결말 또한 촘촘하게, 그 어떤 인물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그 인물이 누릴만한, 그리고 누려야 마땅한 (좋은 쪽으로든 그렇지 않은 쪽으로든) 상황에 처하며 끝을 맺는다.

명작은 어느 시대에서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지만, 요즘 나의 상황과도 딱 맞아떨어져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맞아맞아를 연발하며 이 무거운 책을 들고 주인공 자매와 함께 울고 웃고 했다. 결국 엘리너와 메리앤은 이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했겠지만, 에휴, 그때나 지금이나 연애가 어렵기는 마찬가진가 보다.


29

엄마, 세상을 알면 알수록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영 못 만날 거라는 생각만 더 들어요. 원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51

그녀에게는 딸만 둘 있었는데, 둘 다 괜찮은 가문으로 시집을 잘 갔다. 그래서 이제 그녀가 할 일이라고는 나머지 세상 사람들을 결혼시키는 것밖에 없었다.

77

그렇지만 젊은 시절의 편견에는 무언가 사랑스러운 것이 있어서 그걸 포기해버리고 좀 더 일반적인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는 합니다.

116

사실 메리앤한테 에드워드와 언니의 재회는 노어랜드에서 전에 두 사람이 서로 종종 보여주던,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덤덤함의 속편에 불과했다.

125

너무 진지하고 하는 일마다 너무 열심이고, 때로는 말도 많고 늘 생기가 있지만, 정말 명랑한 적은 흔치 않아요.

222

"그러니 우린 처지가 비슷해. 우리 둘 다 말할 게 없는 거지. 언닌 말을 하지를 않고, 난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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