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잔다르크 다음에 만난 마키아벨리, 인간과 권력의 민낯을 읽다
잔다르크에 이어 마키아벨리를 만나보았다.
마키아벨리가 회자되지 않은 시대가 있었을까?
‘마키아벨리적’이라는 말은 지금도 익숙하다. 권모술수, 냉혹한 정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마키아벨리는 정말 인간을 악하게만 바라본 사람이었을까.
오히려 그는 인간을 선하다고 가정한 채 정치를 설명하는 일을 거부했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프롤로그의 문장부터 강하다.
“피 묻은 왕관의 무게를 견딜 자만이 권력을 쥔다.”
왕관의 화려함이 아니라 ‘무게’부터 말한다. 권력을 얻는 일보다 그것을 유지하면서 감당해야 할 책임과 적대, 의심과 고독을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권력은 정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선택하고, 관계를 맺고, 누군가의 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옳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세상은 내가 옳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 앞에서 태도가 달라지기도 하고, 호의를 반드시 호의로 돌려주지도 않는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가 내 약점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선의를 믿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선의 하나에 자신의 삶을 맡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힘이 있다고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의 의도를 읽어야 하고, 눈앞의 말보다 그 뒤에 숨은 계산을 살펴야 한다. 사자처럼 힘을 쓰는 능력과 여우처럼 함정을 알아채는 능력을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힘만이 아니다.
상황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마키아벨리의 시선이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순간 판단은 흔들린다. 상대가 선의로 행동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행동까지 선의로 해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까? 내가 믿고 싶은 현실과 실제 현실 사이에는 언제든 간극이 생길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인데 이 문장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압축한다.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두 손으로는 어떤 위대함도 쥘 수 없다.”
삶에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실패할 수도 있고, 비난받을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잃지 않고 모든 것을 얻는 삶은 없다.
그래서 제목의 의미도 마지막에 이르러 더욱 분명해진다. 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냉혹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선택에 따르는 대가까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