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저 ·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흔들리는 날에도 나를 잃지 않는 문장
어른이 된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 모른다.
정약용의 문장을 따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삶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시간마저 때로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를 붙잡아 주는 것은 한 줄의 문장, 한 권의 책이 아닐까??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유를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엮었다. 박석무의 편역을 통해 만나는 다산의 문장들은 오래된 고전의 언어이면서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구체적인 삶의 질문이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멈추어 서게 된 것은 마음과 글쓰기에 관한 문장들이었다.
“좋은 글은 바른 뜻에서 나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무엇을 보고, 무엇에 마음을 빼앗기며, 어떤 가치를 지키려 하는지 드러내는 일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표현을 골라도 그 안에 자기만의 사유가 없다면 문장은 오래 남기 어렵다. 반대로 투박한 문장일지라도 진실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면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가닿을 거라 믿는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는 욕심은 늘 있지만, 그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문장을 만들어 내는 나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는지, 누구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다산에게 배움은 지식을 쌓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고치고, 삶에서 실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읽은 문장이 내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 문장일 것이다.
고난을 통과하며 깊어지는 문장
다산의 생애를 생각하면 문장마다 다른 무게가 느껴진다. 오랜 유배와 고독 속에서도 학문과 저술을 놓지 않았던 그의 삶은 배움과 글쓰기가 단순히 여유로운 시간에 누리는 취미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책의 2장 태도와 6장 삶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시련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서로를 낳는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나를 가장 깊이 성장시킨 순간은 언제나 순탄했던 때만은 아니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해지기도 했다.
늦게 피어 오래 견디는 국화처럼.
책에는 시적인 여운을 남기는 표현이 많았다. 일찍 피어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계절을 기다리고, 추위를 견디며, 마침내 자기만의 빛깔로 피어나는 삶도 있다.
.
좋은 글은 책상 앞에 앉아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읽으며 마음에 담아 둔 문장,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낀 감정,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숙성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문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읽기는 쓰기의 바탕이고, 삶은 문장의 재료다.
필사는 사랑이다. 느리게 내 삶을 대하는 방법이기도하다
#다산의필사책 #정약용 #박석무 #유노북스
#다산의문장들 #필사책 #고전읽기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