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사랑이라 믿었던 지배
네이딘 매컬루소 | 생각지도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폭력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교제폭력이나 데이트폭력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왜 헤어지지 않았을까?", "왜 그 사람 곁에 계속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 역시 막연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피해자가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관계였던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인 네이딘 매컬루소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실제 주인공 조던 벨포트의 전 아내이자, 오랜 시간 강압적 통제와 트라우마 유대를 연구해 온 심리치료사다. 자신의 경험을 감정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상담 사례와 심리학적 연구를 함께 엮어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지배의 그 이유와 근거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는 사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첫 장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희생이나 헌신으로 미화하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접하며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참고,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 믿음이 때로는 위험한 관계를 견디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은 오래 남았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경계를 계속 허물고 있었다면, 그것은 건강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트라우마 유대'라는 개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폭력만 있었다면 관계는 비교적 쉽게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폭력과 다정함을 번갈아 보여준다. 상처를 준 사람이 다시 위로를 건네고, 냉정하게 밀어냈다가 다시 사랑을 약속한다. 이런 반복은 피해자의 감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결국 가해자에게 더욱 강하게 묶이게 한다. 책에서는 이를 '간헐적 강화'와 권력의 불균형이라는 심리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데, 읽으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관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기사에서 자주 본 듯 하다.
특히 '그는 뒤틀린 괴물인가, 다정한 연인인가'를 읽으며 가장 섬뜩했던 것은 병리적 인간이 처음부터 폭력적인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친절하며 상대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피해자는 현재의 폭력을 보면서도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올 거야'라는 희망을 놓지 못한다. 문제는 그 다정함조차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통제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 제목인 '사랑이라 믿었던 지배'가 왜 이렇게 절묘한지 이 대목에서 실감했다.
읽는 동안 여러 사회적 사건들이 떠올랐다. 뉴스에서는 종종 교제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왜 신고하지 않았나", "왜 그 관계를 유지했나"라는 말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질문 대신 '왜 그렇게까지 통제당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바라보게 만든다. 피해자를 이해하는 시선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사회적 의미도 크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병리적 인간의 특징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타인을 의심하며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사람은 쉽게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대의 말보다 자신의 불안과 불편함을 먼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라는 책이 주는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