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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의 서가
  • 죽음의 수용소 이후
  • 빅터 프랭클
  • 16,020원 (10%890)
  • 2026-06-29
  • : 24,380







『 죽음의 수용소 이후 빅터 프랭클이 남긴 인생 강의 』

빅터 프랭클 지음 | 유영미 옮김 | 북하우스 | 양장

오늘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라는 마지막 강의



생사를 가르는 고통 앞에 서지 않아도 되는 특권, 고통의 시대와 전쟁의 시대를 살아낸 생존자들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는 마음 한편에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몸으로 견뎌낸 시간을 나는 활자로만 만난다. 내가 평화로운 일상에서 삶을 논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는 인간이 가장 잔혹한 시대를 통과하며 끝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터 프랭클의 책을 읽는 일은 언제나 그런 빚을 다시 떠올리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작가가 쓰신 책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강단과 강연장에서 사람들에게 끝없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압축해 담은 그의 마지막 인생 강의다. 한 명의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 그리고 한 시대를 증언한 생존자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린다.

첫 문장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아우슈비츠가 있다."


프랭클이 말하려던 것은 고통의 크기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시련이 찾아오며, 그 앞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만큼은 끝내 빼앗기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은 오히려 더 많아졌고 심지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


프랭클은 이를 '실존적 공허'라고 부른다.

그는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이 절망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생계만이 아니라 의미라고 강조한다. 이 대목은 경제적 불안과 성과 경쟁이 일상이 된 지금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과거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었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흔히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프랭클은 정반대로 말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일, 끝까지 완수했던 일, 묵묵히 견뎌낸 고통은 모두 과거라는 안전한 곳에 보존되어 있으며, 누구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를 "가득한 곳간"이라고 표현한다. 실패와 후회만 들여다보던 시선을, 이미 이루어진 삶의 수확으로 돌려놓는 이 비유는 놀라울 만큼 따뜻했다.


이 책에는 유명한 문장도 다시 등장한다.

"이미 두 번째 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많은 자기계발서가 비슷한 말을 하지만, 프랭클의 문장은 전혀 다르게 읽힌다. 그는 실제로 모든 것을 잃어본 사람이었고, 인간의 존엄이 가장 처참하게 짓밟히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의 선택을 책임지라"고 말할 때, 그것은 삶의 기술이 아니라 생존을 통해 검증된 윤리가 된다.


프랭클은 행복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의미를 목표로 삼았다. 행복은 의미를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라고 그는 믿었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긍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삭제하려 하지 않는다. 삶이 끝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에도, 그 안에서 책임질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으라고 말한다.


우리 세대는 전쟁을 겪지 않았고, 강제수용소도 경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이 우리 삶을 흔드는 이유는 인간이 가장 극한의 조건에서도 끝내 지켜낸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유는 환경이 허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되고,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며, 책임은 삶을 무겁게 만드는 짐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 이 책에 내게 준 묵직한 감동이다.





생존자들의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빅터 프랭클의 강의는 그의 시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은 지나갔지만 불안은 남아 있고, 수용소는 사라졌지만 삶의 공허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이 책은 그 공허를 단번에 메워주지는 않는다. 대신 삶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 앞에서 끝까지 도망치지 말라고, 의미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에게 발견된다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그것이야말로 지금도 우리가 빅터 프랭클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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