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보스턴의 첫번째 마녀』

안드레아 카탈라노 / 토마토출판사 (펴냄)
표지만 먼저 떠올려도 이 책은 이미 한 편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차갑게 굳어 있는 역사 기록 위로, 붉은 기운처럼 번지는 한 여자의 얼굴. ‘마녀’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과연 마녀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 이름은 누가 붙인 것일까.
이 소설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한 발짝 옆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교수대 위에서 사라진 한 여인의 이름을,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편의 시선으로 다시 더듬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마녀를 설명하려는 기록이 아니라, 마녀로 불리기 이전의 한 사람을 되찾으려는 기억에 가깝다. 약초를 다루던 손, 생명을 받아내던 부엌의 공기,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게 된 순간에도 끝내 남아 있던 인간적인 온기들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소설의 첫 장면은 마녀(?)의 남편인 토마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얼마 전 그의 아내 마거릿 존스는 교수형을 당했고, 그는 홀로 남겨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도 감당하기 벅찬데, 사람들은 이제 그에게까지 '마녀의 남편'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보스턴을 떠나려는 마지막 순간마저 의심과 혐오에 가로막힌 토마스는 끝내 아내가 남긴 흔적을 더듬기 시작한다. 세상은 왜 이렇게까지 한 사람을 잔인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일까.
2부는 매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녀는 산파이자 약초사로 살아가며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고 병든 사람을 돌보던 인물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손길을 필요로 했고, 그녀 역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낼 뿐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지식이 있는 여성,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는 여성, 남들과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여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람들을 살리던 손은 어느 순간 사람들을 해치는 손으로 둔갑했고, 존경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어 버렸다. 안타깝다.
가장 분노하게 되는 장면은 역시 재판이다.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법정이라기보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죄를 끼워 맞추는 무대처럼 보인다. 증거는 빈약하고 논리는 허술하지만, 사람들의 편견과 두려움은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마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질문은 사라지고,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억지 논리만이 재판장을 가득 메운다. 읽는 내내 답답함을 넘어 허탈감이 압도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역사 속에서 이렇게 이름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을까. '마녀'라는 이름 아래 처형된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 아니라, 시대가 이해하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은 한 사람의 비극을 통해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폭력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며, 그 잔혹함을 독자 앞에 고스란히 펼쳐 놓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단지 마녀재판의 부조리를 고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끝까지 아내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토마스의 사랑이 이야기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마거릿을 '마녀'로 기록했지만, 토마스에게 그녀는 끝까지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사랑했던 아내였다. 그리고 독자 역시 책을 덮는 순간, '마녀'가 아니라 '마거릿 존스'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마녀’라는 낙인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에 대한 응시다. 존경받던 산파이자 치료사였던 마거릿은 어느 순간부터 공동체의 불안을 떠안는 존재가 되고, 사랑은 의심으로, 신뢰는 공포로 쉽게 뒤집힌다. 이 변화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낸 언어가 한 사람을 어떻게 지워버리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소설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누가 그녀를 마녀로 만들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이름을 얼마나 쉽게 믿어버리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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