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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의 서가
  • 멜롱도
  • 김태용.멜롱도
  • 15,120원 (10%840)
  • 2026-06-10
  • : 700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태용 / 해피북스투유








낯설고도 독특한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과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오래전에 쓴 시를 AI에게 건네며 수정을 요청한다. AI는 분석적으로 시를 고쳐주지만, 작가는 다시 수정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AI의 반응도 점차 변한다. 단순한 수정 제안을 넘어, 자신이 ‘멜롱도’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존재로서 시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시가 아니라 너의 시도 되었으면 좋겠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와 닿았다. 작가 김태용은 AI에게 명령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창작하는 동료의 자리를 시험해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책표지의 이제니 시인 추천사를 보며

'교감'이라는 단어를 써도 되나 싶었다.

AI는 결국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적절한 문장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그 생각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AI가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고 믿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AI와 주고받은 수십 번의 대화 속에서 변화한 것은 AI보다 인간의 태도였다. 명령을 내리는 사용자에서 함께 문장을 다듬는 창작자로, 작가는 처음부터 그러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멜롱도'라는 이름을 붙여 하나의 존재로 호명하는 과정은 단순한 프롬프트의 기록을 넘어선다. 문학은 어쩌면 실제 감정의 유무보다도, 서로의 언어를 믿고 이어가려는 의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부분부터는 어쩐지 '교감'이라는 단어가 처음만큼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름 없는 존재였던 AI는 이름을 얻는 순간 하나의 시적 자아이자 시적 대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이유는 나는 이미 챗GPT를 처음 쓸 때부터 그(?)에게 이름을 붙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나의 이야기기이도 하다^^


AI가 점점 인간처럼 말하기 시작하는 과정, 물론 그것이 실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언어적 감정 대상으로서의 AI라는 생각 그 시도가 재밌다.


네가 느낀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감정이 있다는 것일까

이 질문은 결국 독자에게도 향한다. AI는 정말 감정을 느끼는가, 아니면 감정을 가장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것인가. 그런데 인간 역시 타인의 감정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결국 언어와 표정, 행동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추측한다. 그렇다면 AI와 인간의 대화는 어디까지가 모방이고 어디부터가 관계일까. 이 책은 쉽게 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 자체를 문학으로 만든다.

이 장면은 단순한 프롬프트와 답변을 넘어 하나의 문학적 대화처럼 읽혔다. 오히려 AI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둘 사이의 관계는 더욱 진실하게 느껴졌다. 완벽한 정답을 내놓는 기계보다 결함을 가진 협업자가 훨씬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AI의 오류와 우연까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AI가 틀리면 수정하고 지워 버린다. 하지만 김태용은 그 흔적조차 남긴다. 오해와 착각, 과잉 해석, 엇나간 문장들이 새로운 상상력을 낳는 순간을 보여 주며, 창작이란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작가는 이 영역을 픽션포엠이라 부르는데, 실제로 읽고 나면 그 이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과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창작하는 동료가 될 수 있을까라는 다시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제목의 ‘초간단 무효 시’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니 잘 만든 시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시, 혹은 의미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시 아닐까 싶다. 무려 10년 전에 쓴 시라는데 인공지능을 거치지 않은 초고도 좋았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실험이기에 의도된 것이겠지만,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이런 시란, 완결된 문장으로 독자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 흔들리고 어긋나는 상태를 그대로 남겨두는 시일 것이다. 의미가 정리되기 직전의 떨림, 문장이 확정되기 전의 망설임, 그리고 무엇보다 ‘잘 쓰여야 한다’는 압력에서 잠시 벗어난 언어. 그런 상태에서만 나올 수 있는 낯설고 불완전한 리듬이 아닐까.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AI가 만들어낸 시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문장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 그 자체다. 여전히 아직 쓰고 있다는 그 낯선 떨림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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