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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의 서가
  • 골고루 먹고 가시게
  • 김아직 외
  • 15,750원 (10%870)
  • 2026-05-27
  • : 3,010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아직·문화류씨·정명섭·최하나 저 | 팩토리나인







빌어주는 마음, 무당은 어떤 존재인가.

나는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의 무속에 관심이 많았다. 신의 존재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오히려 궁금했던 것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막다른 순간마다 무속을 찾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병이 낫지 않을 때.

아이를 낳지 못할 때.

바다에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때.

억울하게 죽은 이의 넋이 떠돌 때.

사람들은 신을 찾았고, 그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를 찾았다. 무당은 단순히 점을 치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두려움과 죽은 사람의 한을 함께 떠안는 중개자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굿은 신을 부르는 의식이기 전에 인간의 절망을 견디기 위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그 오래된 무속을 네 명의 작가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형 오컬트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무속은 종종 공포의 소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작품집은 단순히 귀신이 나타나고 사람을 해치는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무속이 품고 있는 욕망과 금기, 공동체의 기억과 두려움이 장르소설의 언어로 새롭게 변주된다.


강변 마을의 도당굿에서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믿음과 공포가 드러나고,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금기된 의식은 인간의 호기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권력을 얻기 위해 반복되는 대운굿은 신을 향한 믿음보다 인간의 탐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사상이 차려진 사당은 독자를 서늘한 미스터리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집 속 무속은 신비롭지만 동시에 매우 인간적이다. 굿판에 나서게 된 학생, 작가의 말에서 희생 당한 여성방문 노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살리고 싶어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어서,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을 견디고 싶어서 신을 찾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공포가 시작된다. 인간의 간절함이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순간 말이다.

과연 사람들은 신을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신 빌어주기를 원했던 것일까.





최근 MZ 무당이 쓰신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무당은 미래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오래된 상담자였는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과 비밀, 슬픔과 욕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었던 존재. 그런 의미에서 무속은 종교라기보다 인간이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서사였을지도 모른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는 바로 그 서사를 현대 장르문학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호러와 미스터리, 오컬트의 재미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국 무속이 품고 있는 집단 기억과 인간의 욕망을 함께 들여다보게 만든다.





한국형 오컬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이고, 나처럼 무속을 문화와 이야기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었던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작품집이다. 굿판의 북소리와 금기의 냄새, 그리고 인간의 가장 오래된 소망이 네 편의 이야기 속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살아 움직인다.

읽고 나니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왜 무속에 기대었을까.

누군가는 그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향해 대신 기도해 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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