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스티브 앨퍼트 저 | 최영호·김동환 역 | 북스힐
지브리는 많은 사랑을 받는다.
왜일까.
아마도 지브리의 작품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넘어 우리 안에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도 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보아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른도 좋아하고 아이도 동시에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자연과 인간, 성장과 상실, 노동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시대를 넘어 울림을 주기 때문일까?
파란 표지가 인상적인 《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를 펼치며 나 역시 그런 궁금증을 품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냈을까라는 의문...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전기나 성공담과는 조금 다르다. 저자인 스티브 앨퍼트는 영화 평론가도, 연구자도 아니다. 그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15년 동안 해외 사업을 담당했던 미국인이라고 한다. 지브리 내부에서 일한 거의 유일한 외국인이었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보았지만 동시에 끝까지 완전한 내부인은 될 수 없었던 사람이다.
바로 그 거리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설적인 거장이기 이전에 끊임없이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아이디어에 집착하고, 끝없이 수정하고, 만족을 모르는 창작자다. "네버엔딩 맨"이라는 제목 역시 결코 완성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스즈키 토시오의 현실 감각도 흥미롭다. 예술가의 이상을 현실과 연결하는 제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도쿠마 회장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브리라는 공간이 결코 한 명의 천재만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보다도 문화적 충돌에 관한 부분이었다. 미국인인 저자가 일본 기업 문화 속에서 겪는 당황스러운 순간들, 번역 과정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해프닝들,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무척 재밌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존 지브리 팬뿐 아니라 조직과 사람에 관심 있는 독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느낀 것은 지브리의 성공이 단순히 뛰어난 그림 실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집요함, 타협하지 않는 기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가 아닐까?
우리는 종종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난다. 하지만 그 마법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와 도전이 있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느낀다.
책을 덮고 나니 지브리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환상적인 장면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땀과 고집까지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지브리를 사랑하는 팬에게 또 앞으로 이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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