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짐 알칼릴리 지음/ 윌북(펴냄)
노란 표지에 반짝이는 네모 박스 그리고 고양이의 긴 꼬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과학책이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책은 첫느낌부터 조금 달랐다. 깔끔한 조판과 적절하게 배치된 그림들, 부담스럽지 않은 구성 덕분에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내 생각보다는 읽기 편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넘을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 전자와 원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니 양자 얽힘이니 하는 개념들은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린다. 나 역시 양자역학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다. 책은 바로 그 거리감을 조금 좁혀준다.
저자 짐 알칼릴리는 양자역학을 설명하면서 독자가 수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조급해하지 않는다. 대신 왜 학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와 과학자들은 무엇을 고민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덕분에 독자는 복잡한 이론을 외우기보다 하나의 흥미로운 탐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책이 양자역학을 단순한 과학 지식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자 세계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어온 것들을 끊임없이 흔든다. 입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고,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관찰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는 마치 마술처럼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책을 읽다 보면 현대 물리학이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조금씩 이해하는 나자신을 발견하는 뿌듯함.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자가 이해하기 어려워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양자역학은 물리학자들조차 해석을 두고 논쟁하는 분야다. 그런데도 이 책은 어렵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손 내밀어 준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양자 컴퓨터와 초전도체, 미래 기술 이야기도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래 산업을 전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와 전자기기부터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기술들까지, 양자역학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뉴스에서 양자 컴퓨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양자역학을 가르치는 책이라기보다 양자역학과 친해지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왜 과학자들이 100년 넘게 이 이상하고 신비로운 세계에 매료되어 왔는지는 알 것 같다.
과학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였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양자역학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그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은 그대로 전해주는, 제목 그대로 꽤 다정한 과학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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