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은하른 저 | 든해
어둠이라는 단어도 좋아하고 천문학이라는 단어도 좋아한다. 제목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우주에 관한 관심을 독창적인 나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목차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아의 비명이 들리는 사건의 지평선, 태어난 적 없는 아이들의 장례식, 응답 없는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무서운 대답 등 도대체 천문학 책의 챕터 제목이 왜 이렇게 무섭고도 시적일까?
책은 행성의 크기나 별의 온도 같은 정보를 나열하는 대신, 우주가 품고 있는 두려움과 고독, 경이로움을 이야기의 형태로 들려준다. 마치 과학책과 SF 소설, 그리고 코즈믹 호러가 한 권 안에서 만난 느낌이다. 특히 1부 '코즈믹 호러'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블랙홀, 초신성, 감마선 폭발 같은 천문학적 현상은 사실을 알고 나면 아름다우면서도 오싹하다. 또한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일상이 사실은 광대한 우주의 우연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 중반부에서는 우주의 고독이 주제다. 외계 문명은 정말 존재할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아무런 신호도 받지 못하는 걸까? 우주가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 수많은 별이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왜 아직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가. 죽음은 과연 끝인지 블랙홀의 경계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느지 등 이런 질문은 과학을 넘어 철학적인 사유로 이어진다.
3부와 4부는 상대적으로 친숙한 천문학 이야기를 다루지만 여전히 저자만의 느낌이 살아 있다. 수성이 왜 쭈그러드는지, 토성의 거대한 고리는 무엇인지, 지구가 한때 보라색이었을 가능성은 없는지 같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천문학자에게 별자리를 물어보면 안 되는 이유나 왜 천문학자들은 가로등에 분노하는가 같은 장은 천문학을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읽을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다. 저자는 복잡한 천문학 개념을 공식과 수치로 설명하기보다 이미지와 비유, 이야기로 전달한다. 덕분에 과학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읽다 보면 과학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여기서 말하는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공간이 아니다. 아직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들, 이해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우주의 영역이다.
저자의 유튜브를 찾아보니 2008년생, 그만의 시선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감각을 선물한다. 별과 행성에 대한 지식을 얻고 싶어서 펼쳤다가, 인간 존재와 우주의 고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이고, 한 번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어디쯤 있는 걸까?"를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더 매력적으로 느낄수 있는 책이다.
우주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낯설다. 그 감각을 잘 드러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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