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 이세욱 역 | 열린책들
2권에서는 영계의 구조가 훨씬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그들의 우주 공간 탐사는 뭔가 비현실적이면서 영적이다. 오로빌 철학 등 가닿을 수 없는 기묘한 소재를 차용하기도 한다.
단순히 죽음 이후의 공간을 상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새로운 대륙을 탐험하는 느낌이다. 탐험 혹은 탐사라는 단어 무척 좋아한다. 미카엘과 타나토노트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더 깊은 영역으로 진입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세계를 경험한다. 각 문화권의 신화와 종교에서 따온 이미지들이 뒤섞이는데, 정말 방대하고 방대하다. 놀랍다. 바로 이 부분이 바로 베르베르 특유의 매력 아닐까?
읽다 보면 정말 그럴듯하다. 불교의 윤회,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 이집트 신화, 티베트 사자의 서 같은 요소들이 한데 섞이며 거대한 퍼즐처럼 작동한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적으로 검증 불가한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허술함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베르베르 세계관’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뭘까? 이래서 한국인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걸까?
그는 정확한 이론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인간이 왜 이런 상상을 수천 년 동안 반복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죽음 이후 세계가 밝혀지면 종교는 어떻게 될까? 기존의 권위 체계는 무너지지 않을까? 인간이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면 사회는 유지될 수 있을까? 베르베르는 단순한 SF 모험담을 넘어서 이런 위험한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그런 의미에서 2권은 작가가 오래 사유한 질문이고 답이 아닐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한국 독자들은 단순 판타지보다 “생각거리”가 있는 장르문학을 좋아한다. 특히 토론하기 좋은 설정에 강하게 반응한다. 베르베르는 항상 독자가 책을 덮은 뒤 질문하게 만든다. 죽음이 사라진 사회는 행복할까? 인간은 정말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종교는 어디까지 필요한가?
무엇보다 베르베르는 이런 거대한 질문을 쉽게 매우 재밌게 서술한다. 사건과 대화, 실험과 사고를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질문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이 점이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강하게 먹히는 것 같다. 입시와 경쟁 중심 사회 속에서 자라며 늘 “생각해야 하는 독서”에 익숙했던 한국 독자들에게 베르베르는 교양과 오락의 경계 그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
이번 권에서도 블랙코미디는 여전하다. 인간의 죽음을 다루는데도 묘하게 웃기다. 특히 권력자들과 종교인들이 영계 탐사 결과를 자기 방식대로 이용하려 하는 장면들은 씁쓸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죽음 이후 세계라는 거대한 진실 앞에서도 인간은 결국 너무 인간적이라서...
매력적인 설정은 여성 타나토노트들의 존재들이다. 1권에서 최초의 여성 타나토노트가 등장했다면 2권에서는 여성 인물들도 단순 조연이 아니라 죽음 탐사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시대적인 한계도 보인다. 여성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관계 설정은 1990년대 감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 장르소설 안에서는 꽤 적극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은 점점 더 거대한 규모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가 인류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인간은 결국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하고, 죽음조차 시스템화하려 한다. 여기서 베르베르는 인간 문명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은 언제나 경계를 넘으려는 존재다. 불을 발견하고, 하늘을 날고, 원자를 쪼개고, 이제는 죽음까지 탐험한다.
나는 『타나토노트』를 읽으며 베르베르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상상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단순히 기발한 설정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는 작가다. 죽음 이후 세계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과학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질문 하나로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놀랍다. 나라면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라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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