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스테파노 만쿠소 / 김영사 (펴냄)
회색빛 속이 비치는 표지가 콘크리트 위 초록 생명의 느낌이 들었다. 혁명적이고 우아한 도시론이란 뭘까. 이 질문을 품고 책장을 넘기자, 이 책은 단순히 환경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오래 당연하게 여겨온 ‘도시의 구조’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도시를 ‘동물의 몸’에 비유한다. 중심이 있고, 기능이 나뉘고, 효율을 위해 분리된 구조. 우리는 그것이 발전이라고 믿어왔지만,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취약함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붕괴하는 시스템. 기후 위기와 팬데믹 앞에서 도시가 무력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더 많은 기술이나 더 빠른 시스템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식물’로부터 답을 찾는 점이 독특했다. 식물은 중심이 없고, 기능이 분산되어 있으며, 일부가 훼손되어도 전체가 살아남는다. 이 구조를 도시에 적용하자는 발상은 신선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비율’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연에서 식물과 동물의 비율은 압도적으로 식물이 많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그 비율이 완전히 뒤집혀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나무를 더 심자는 수준이 아니라, 도시의 대부분을 식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감한 제안은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곧 질문으로 바뀐다.
지금의 도시가 과연 현실적인가. 과연 이탈리아 작가의 사유가 우리 한국의 생태 현실에도 적용가능할까라는 질문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소유’와 ‘통제’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를 떠올렸다. 인간은 도시를 통해 자연을 관리하고 지배하려 했지만, 그 결과는 통제 불가능한 기후와 재난으로 되돌아왔다. 팬데믹을 떠올려보라... 반면 식물은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연결되고, 분산되고, 스스로 균형을 만든다. 이 차이는 단순한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거창한 미래 도시를 상상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아주 구체적인 장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도로를 줄이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는 일, 건물의 표면을 녹지로 바꾸는 일,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일. 이미 시작된 변화들이 낯선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선택지로 느껴진다.
책을 덮고 나면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더 이상 이 도시가 건물들의 소유가 아닌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유기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묻게 된다. 과연 우리는 숨 쉴 수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지를.
며칠 전 라디오에서 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서울의 식물 비율과,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이 지닌 가능성에 대해 말하며 도시를 다시 설계할 여지가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이 책을 다시 살펴보면 단순히 환경을 위한 제안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도시의 기준 자체를 되묻는다. 회색 위에 초록을 덧입히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서 있는 세계의 질서를 새롭게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도시는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식물처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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