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글 쓰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지음/ 흐름출판
정신질환, 마음의 병, 우울증, 상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개인의 의지와 인내로 극복해야 할 문제처럼 다뤄졌고, 마음의 고장은 좀처럼 공적인 언어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이 모든 아픔은 각자의 마음 관리 실패일까?
마음이 무너진 개인을 향해 원인을 묻기보다, 왜 이렇게 많은 마음이 동시에 아파졌는지를 묻는 책이며. 오늘의 한국 사회를 진료실 창밖에서 다시 바라본 아홉 명 정신과 전문의의 집단 소견서라 해도 무방할 책이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허기’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도파민으로 잠시 채웠다가 더 공허해지는 마음의 허기. 오늘날 내 주위의 청년들과 대화하며 느낀점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들었던 말중에 취업란 수저론 이런것보다 더 와닿았던 말은 외롭다라는 말이었다.
성취, 투자, 비교, 속도, 쇼츠와 릴스, 그리고 언제나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 나도 종종 느낀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정작 제대로 살고 있다는 감각은 점점 옅어진다. 자존감만으로는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 이 말은 자존감이 무용하다는 뜻이 아니라, 문제가 개인의 마음 관리 능력에만 있지 않다는 의미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ADHD처럼 보이는 성취 강박, 투자와 도박의 경계가 흐려진 사회, 타인의 빛나는 삶 앞에서 사라진 ‘사적인 가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지쳐가는 부모와 아이, 방치된 트라우마와 분노가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구조. 이 모든 이야기는 개별 증상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이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짜 친밀감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실제로 감각하고 서로의 마음을 목격해주는 관계의 중요성을 말한다. 불안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고립된 사회에서 너무 오래 혼자 버텨온 결과라고.
아홉 명의 저자들은 자신들을 타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책을 덮으며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내일은, 오늘과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라는 작은 희망.
날씨 예보가 비를 막아주지는 않지만 우산을 준비하게 하듯, 이 책은 마음의 폭우를 멈추지는 못해도 우리가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돕는다.
어제는 흐렸을지라도, 내일의 마음은 맑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 가능성을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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